▲ 이계진 의원(왼쪽), 유정현 의원 사진=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연예·방송인 출신 전공을 살려 18대 국회 첫 국감을 치른 김을동 의원과 한선교 의원. 그 중에서도 김 의원은 배우 출신의 이점을 잘 살려 드라마 외주제작사 독점현상, 제한상영가, 연기자 출연료 등 영화·드라마계의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김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채팅 프로그램, P2P(파일공유) 서비스로 인한 인터넷 유해성 및 미술관, 스포츠계까지 아우르는 열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 새로운 것을 들춰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특히 드라마 출연자의 회당 출연료 자료는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다 한 방송사만을 다뤘다는 점, 그것도 드라마 외주제작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사 자체제작 드라마 출연료만을 다뤄 고액 출연료 현실을 제대로 꼬집어내지 못했다.
이미 배용준, 박신양 등 소수의 스타들이 1억 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다는 방송관계자들의 말과 보도들이 있었음에도 25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은 고현정이 출연료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 자료는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의원 역시 국감 당시 배용준, 박신양의 고액 출연료 설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이렇듯 자료의 깊이가 다소 떨어진 탓인지 기사화된 횟수도 가장 적었다.
한 의원은 4명의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보도 자료를 내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당시의 감청건수, 남북교류사업의 문제점, 좌파단체를 편향 지원해 국비를 사유화했다는 내용 등 현안보다 과거사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자 방송인 출신임에도 방송·연예관련 현안은 심도 있게 끌어내지 못했다. 본인이 가진 전문성보다 정치관계 부분에 치중하는 면이 강했던 것.
그러나 국감 초반을 넘어서자 공공기관, 방송, 사회이슈 등을 넘나들며 재선 의원다운 노련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올림픽방송인응원단의 국고낭비’에 관한 자료는 국감 최대의 이슈 중 하나로 응원단에 속해 있던 방송인들의 해명과 일반대중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18대 연예·방송인 출신 국회의원 중 가장 충실하게 국감을 치른 의원은 바로 이계진 의원이다. 이 의원이 국감 중 낸 보도 자료의 양은 다른 의원들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각 현안 문제의 본질을 조목조목 따져 그 질에 있어서만큼은 제대로 된 국감자료였다는 평을 들었다. 이를 입증하듯 가장 적은 보도 자료에도 이 의원의 국감자료는 4명의 의원 중 가장 많이 기사화됐다. 이 의원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으로 중국산 농약 인삼의 시중유통 심각성, 수협 및 농협 내부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조명하는 한편 농업인 자녀 학자금의 부당지급, 같은 농약이 다른 이름으로 판매돼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등의 소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질의했다. 또한 국감 초기 흐지부지하게 흐를 뻔했던 국감을 정책과 대안 제시가 있는 국감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기도 해 재선 의원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렇다면 김을동 의원과 마찬가지로 초선의원인 유정현 의원의 국감성적은 어떨까. 유 의원 역시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직 방송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가 아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국감을 치러냈다.
하지만 이슈가 됐던 서울지방경찰청 경찰비위관련 국감을 비롯해 해외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디자인 서울’ 정책에 대한 첨예한 비판, 인천시 공무원 비리, 지방세 납부시스템 문제 등 행정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들을 제시했다.
비록 초선인데다 방송과 관련된 상임위가 아닌 까닭에 같은 초선의원인 김 의원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내년에 더 나은 국감을 위한 초석을 다진 셈이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