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소속사 측은 A 양 등과 술자리를 함께 갖다 하필 마지막까지 술자리에 남아 있던 이재원이 성폭행범으로 몰리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성동경찰서로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곧 북새통을 이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재원이 만취한 가수지망생 A 양을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 하지만 경찰 측은 이재원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연예인 같은 유명인 관련 사건의 경우 담당 경찰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간략한 사건 개요를 브리핑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 사건을 담당한 형사 6팀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고소인 부친의 철저한 함구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6팀 관계자에 따르면 고소인 A 양의 부친은 “괜히 이번 사건이 매스컴에 알려져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법적인 처벌만 받도록 해달라”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이 사건 일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기자들 사이엔 이상한 소문과 풍문만 나돌았다. 오후 5~6시가 지나면서 고소인 측과 이재원의 소속사가 합의에 이르렀다는 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속사 측에서 이런 얘길 기자들에게 흘린 것.
양측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돌연 법원은 저녁 7시 35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렇게 이재원은 구속 상태가 됐지만 밤 9시를 조금 넘겨 검찰에 합의서가 제출돼 고소가 취하되면서 이재원은 밤 11시 무렵 풀려났다.
이재원이 경찰서를 빠져 나오기 직전인 밤 10시 30분 무렵에서야 소속사 관계자가 몇몇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소속사 관계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재원이 고소인 A 양을 만난 것은 12월 초 친구들과 함께 찾은 강남의 한 클럽에서였다. 술자리 도중 이재원의 한 친구가 A 양에게 접근했다. 소위 작업을 건 것. 하지만 A 양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이재원의 친구는 술자리 중간에 자리를 떴다. 가수 지망생인 A 양은 술자리에서 이재원과 휴대폰 번호를 주고받았으며 그날 이후 문자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문제는 이재원의 친구가 A 양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벌어졌다. 그날 술자리에서 A 양이 만취했던 사실을 이용해 ‘그날 나와 좋은 추억 가졌던 것 기억나지 않느냐’는 등의 말로 접근해왔다. 이재원 친구의 얘기에 불쾌감을 느낀 A 양은 행여 당일 자신이 만취 상태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던 게 아닌가 싶은 불안감에 이재원의 친구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재원의 친구는 술자리 도중에 먼저 떠났다는 알리바이가 인정됐고 하필 마지막까지 술자리에 남아 있던 이재원이 성폭행범으로 몰리게 됐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이재원 소속사 관계자의 주장일 뿐이다. 사건 초기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는 인정했던 소속사가 다시 성관계 여부를 부인하고 있어 몇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기는 하다. 경찰 관계자 역시 시일이 좀 지난 후 고소를 한 탓에 정액 채취 등의 증거 확보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원 소속사는 또 이재원에게 혐의가 몰리자 미안함을 느낀 A 양이 이재원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이 “범죄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한 부분에 의문이 남는다. 이는 곧 이재원 소속사의 주장처럼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 일에 법원이 ‘범죄’ ‘증거’ 등등을 운운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사건에 관해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다보니 거액의 합의금이 오갔다는 또 다른 루머만 양산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실제 해프닝은 합의서 제출 시점이다. 소속사에선 오후 6시 무렵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빨리 법원이나 검찰에 제출해 구속영장 발부를 막았어야 했다. 이 과정이 늦어지면서 해프닝은 해프닝인데 ‘구속영장이 발부된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