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버벅’거리다가 다음 상황이 벌어지면 해설 도중 캐스터에게 멘트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구 지식과 ‘말빨’을 동시에 겸비해야 해설가로서 먹고 살 수 있다.
필자는 현역 때부터 해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트레이닝을 했다. 그중에 하나는 녹화 테이프를 보면서 볼륨을 완전히 죽이고 해설 연습을 하는 거다. 그러면 쉽게 답이 나온다. 그 결과 얻어낸 것이 있었다. 그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골대 앞에서 공을 높게 차서 ‘똥볼’이 됐다. 그걸 가지고 저 선수의 심리상태가 어떻구, 공의 지름이 얼만데 앞발과 뒷발의 넓이가 어떻구, ‘차는 발의 각도가 몇 도가 안돼서 실축했다’고 하면 듣는 사람도 무지 헷갈린다.
그냥 “아, 아까워요. 공 밑 부분을 찼어요”라고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작년 시즌에 두산의 우즈 선수가 잠실구장 스탠드 맨 꼭대기에 타구를 날린 적이 있었다. 순간 필자는 그냥 “잘 쳤다”고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 지금 야구장에서 골프 보는 것 같네요. 스탠드가 없었다면 한 5분 동안 타구가 날아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투수한테 타자 몸쪽 공을 자신 있게 못던지면 절대 10승 투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당연히 연봉도 적을 수밖에 없다. 배짱 있게 투구하라는 얘기다. 필자는 몸쪽 공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투수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몸쪽 공을 반드시 던져야 된다. 야구는 사실 투수전만큼 지루한 게 없다. 양 팀이 치고, 받고, 뛰고 해야 관중도 신이 난다. 더욱이 타자가 멀뚱하게 서서 삼진 먹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면 보는 사람은 정말 짜증난다.
중계하는 우리도 딱히 할 말 없다. 그래서 필자가 그랬다. ‘사지도 않은 복권이 당첨되는 것 봤냐’고. 필자는 청취자나 시청자를 겨냥한 멘트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중 하나인데, 타자들은 1년 내내 죽어라 노력해서 열 번 중에 세 번 안타치기도 힘들다. 오죽하면 3할의 예술이라고 할까.
하지만 삼진이나 병살타는 연습하지 않아도 자주 나온다. 그만큼 야구가 어렵다는 얘기다. 선수들에게 야구보다는 격려를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에 건방을 떨어봤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