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일화의 신태용은 축구계의 소문난 주당이다. 사진은 <일요신문>의 ‘취중토크’에 응했던 모습. | ||
운동선수들은 유난히 술에 강하다. 그것도 자주 마실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한번 마셨다하면 폭음을 한다. 선수들의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모아본다.
술 좀 마신다는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일화가 있다. 70방콕아시안게임에서 내로라하는 축구와 농구 선수들 각각 5명씩 모여 벌인 주당들의 한판 대결이 바로 그것. 결과는 당시 이회택 김삼락 등이 주축이 된 축구 선수들의 KO패였다. 탄탄한 장딴지의 축구 선수들이 키만 큰 줄 알았던 농구 선수들 앞에서 사정없이 무너진 것.
선수들이 주로 찾는 술은 소주다. 체력이 뒷받침되다 보니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움직이지 않고 술을 마시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안주는 고기 종류가 최고의 인기다. 운동 세계에서도 나름대로의 엄격한 주도가 있다. 감독과 코치 등 코칭 스태프와 함께 술을 마실 때는 선수들이 먼저 자리를 뜨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담배를 피우는 선수라 할지라도 조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주도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각 종목 선수들이 모여 다시 한번 최고의 주당을 가린다면 그 영예의 주인공은 어디에서 배출될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모르긴 몰라도 농구, 배구, 그리고 씨름 선수 가운데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축구와 야구에서 좀 마신다는 선수들도 이들 앞에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다는 반응.
구릿빛 얼굴의 축구 선수들이 술이 셀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에서는 마땅한 주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즐기는 정도이지 소주 몇 병을 마셔댈 정도로 강한 내공의 소유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선수가 S구단의 K. 지난해 폭력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K는 ‘축구 천재’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유명하기도 하다.
다음은 공개되지 않았던 K의 일화 한 토막. 몇 년 전 시합 전날 만취 상태가 된 K가 우여곡절 끝에 파출소에서 잠을 잔 일이 있었다. 한 번 잠이 들면 쉽게 깨지 않는 탓에 아무리 파출소 직원들이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줄을 몰랐다. 할 수 없이 파출소에선 구단으로 전화를 해 K의 상태를 알렸고 구단의 코치와 프런트 직원들이 급하게 출동해 감독 몰래 K를 숙소까지 옮겨 놓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눈동자와 다리가 풀린 K가 그라운드에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이후 K는 코칭 스태프로부터 호되게 혼났고 K는 코치는 몰라도 감독한테만은 술 취한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이 몰랐을 리가 만무. K의 플레이에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아 줬을 거라는 후문이다.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주당이라고 불리려면 그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소주 10병 이상은 소화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 ‘술고래’라 불리는 하일성 해설위원도 전성기 때 소주 4∼5병은 야구계의 주당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야구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주당들은 김용희 전 삼성감독, 선동열 KBO위원, 정삼흠 LG코치가 꼽힌다. 하지만 이런 야구계의 주당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농구, 배구, 씨름 선수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굳이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번 마시기로 작정한 상태라면 주량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술 실력을 자랑한다는 것.
축구와 야구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덩치가 커서 알코올이 고루 퍼져서 그렇다든지, 장이 길어서 취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든지 하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