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취업비자를 받고 이곳에 온 지 어느덧 20일이 지났다. 그동안 RKC 발베이크 원정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지난 16일엔 (이)영표형과 설레는 맘으로 홈 데뷔전을 가졌다. 홈에서 갖는 시즌 첫 경기라서 그런지 경기 전 나와 영표형의 몸 푸는 장면이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에 자주 비쳐졌고 지난 월드컵에서의 활약상을 담은 경기 비디오가 방영되는 등 높은 관심과 기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교체돼 들어간 내 플레이는 한국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기대 이하였다.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예전 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한국 신문에선 ‘격려 차원에서’인지 칭찬을 늘어놔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한국의 팬들은 히딩크 감독과의 생활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사실 나라만 바뀌었지 이곳에서 프로팀 감독을 맡고 있다 해서 한국에서 대표팀 감독을 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 있을 때는 히딩크 감독이 외국 사람이었는데 여기선 내가 외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또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있을 때 ‘할아버지’같았는데 여기 오니까 감독 이미지가 더 강하다. 무릎 부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 외엔 나나 영표형에게 특별히 배려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PSV의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30여평 정도의 복층식 아파트이다보니 혼자 살기엔 다소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가구와 전자제품 등은 모두 내가 직접 구입했다. 한동안 훈련이 끝나면 물건 사러 다니는 게 낙이었을 정도로 집안 살림 장만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물건을 사러다니면서도 결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전히 결혼은 나한테 멀고 먼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일요일에 영표형과 함께 교회를 간 적이 있다. 알다시피 난 불교 신자다. 영표형의 강권에 못이겨 교회 근처까진 갔어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영표형이 특유의 ‘말발’로 날 설득시켰지만 박씨 고집도 만만치 않다는 걸 처음 느꼈을 것이다. 결국 영표형이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팬들은 내가 영표형의 전도에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겠지만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부모님이 오셔서 그야말로 ‘해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직접 해주시는 음식맛은 기가 막히다. 며칠 후에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가시지만 다행히 어머니가 날 위해 아버지와의 생이별을 감수하기로 결정하신 터라 난 ‘효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처음으로 쓰는 연재라 횡설수설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재미있고 알찬 내용으로 <일요신문>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겠다.
2003. 2.19. 에인트호벤에서.
-
‘바둑여제’ 최정 vs ‘천재소녀’ 스미레, 여자기성전 결승 관전포인트
온라인 기사 ( 2024.11.26 14:51 )
-
UFC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방한…‘페레이라 웃기면 1000만원’, VIP 디너 행사로 한국팬들 만난다
온라인 기사 ( 2024.10.17 05:34 )
-
[인터뷰] 스포츠 아나운서 곽민선 "관전부터 e게임까지 축구에 푹 빠졌어요"
온라인 기사 ( 2024.11.14 1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