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용 삼성 감독 | ||
배구 슈퍼리그에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선수 다루기’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자칫 잘못해서 서로의 개성을 앞세우다 보면 팀 화합은 물론 전체 선수단 운영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게 그가 털어논 고충이었다.
이렇듯 지도자는 선수들의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갖가지 방법들을 구사한다. 특히 팀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 다루기’에는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명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스타 선수를 다루는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코끼리’ 김응용 감독이 해태(현 기아)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제일 먼저 행한 일은 ‘스타플레이어 길들이기’였다. 0순위는 ‘국민타자’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이승엽. 작전은 ‘무관심과 무언’이었다. 스윙 폼이나 수비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김 감독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전지훈련기간은 물론이고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김 감독의 ‘침묵’은 계속됐다. 냉랭한 감독을 바라보며 속이 타는 건 이승엽이었다. 감독과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없다보니 생각만 많아지고 타격 폼은 꼬이고 방망이는 헛돌았다.
▲ 삼성 이승엽 | ||
그렇게 한 해를 보낸 후 이승엽은 비로소 깨달았다. 김 감독이 자신을 휘어잡으려 한다는 사실을. 감독을 위해 뛰는 건 아니지만 팀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불만을 표출하기보단 감독의 방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고행’을 거쳤던 덕일까.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한 후 이승엽이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 재미있다.
“감독님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 도대체 말씀이 없으시니까 정말 답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더 편하다. 오히려 감독님의 말수가 늘어날까 걱정이다.”
축구대표팀의 최강희 코치는 이전에 수원 삼성에서 코치로 활동했었다. 당시 수원 삼성 선수들 사이에서 최 코치는 ‘저승사자’ 또는 ‘고종수 킬러’라고 불렸다. ‘축구 천재’였지만 실력만 믿고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숙소 이탈을 일삼는 고종수를 다루는 데 있어 일가견이 있었던 것.
최 코치가 고종수의 행동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었던 데에는 수원 시내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일부러 ‘정보원’을 심어 놓은 것도 아닌데 선수들이 다녀간 뒤엔 곧바로 최 코치에게 ‘보고’를 했던 것.
“수원이 연고팀이다 보니 수원 삼성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업소라서 찾아오는 선수를 마다할 수는 없었지만 선수가 술을 마시면 먼저 걱정부터 앞섰던 것 같다. 전화 건 내용의 대부분이 ‘지금 어떤 선수가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다. 내일 모레가 시합인데 선수가 술을 마셔도 되는 거냐’는 이야기였다. 그 중 종수가 유독 잘 걸렸다.”
고종수는 최 코치가 전날 밤의 행적에 대해 추궁하며 야단을 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묻곤 했다고. 최 코치가 수원을 떠난 뒤엔 상대할 만한 ‘저승사자’가 없어서인지 고종수도 ‘한밤의 외출’을 자제했다는 후문이다.
청소년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은 독특한 선수 길들이기 전략을 갖고 있다. 키포인트는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이용해 선수단을 장악하고 아우르는 것. 젊은 신세대들의 겁없는 ‘항명’들로 인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데 따른 깨달음이었다.
처음엔 박 감독이 선수들한테 번번이 당했다. 예를 들면 작전 지시 중 감독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자꾸 딴 짓 하는 선수가 눈에 띄면 주전 선수라고 할지라도 가차없이 “그렇게 행동하려면 짐 싸서 집에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선수가 반성의 기미 없이 진짜 짐 싸서 숙소를 떠나는 게 아닌가. 그럴 때마다 박 감독은 놀라서 선수를 불러다가 조용히 타이르고 어르며 잘해보자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선수는 감독의 지적을 ‘지나친 간섭’으로 몰아붙이며 ‘선수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테면 선수의 ‘감독 길들이기’였던 셈.
그 이후 박 감독은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짐 싸는 선수 말리지 않고 운동 그만두겠다는 선수한테도 “그래, 알았다”는 한마디 말로 무관심한 척했다. 그 후로 선수들의 ‘이유 있는 반항’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