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종석 | ||
개막 12연패의 악몽을 딛고 최근 2연승을 거둔 롯데는 지난 4월24일 SK 와이번스와 사직구장에서 더블헤더를 치렀다. 1차전은 8 대 4로 내줬지만 2차전에선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7회까지 7 대 0으로 뒤진 스코어는 ‘꼴찌’ 롯데에겐 뒤집기 힘든 점수처럼 보였는데 기적처럼 7, 8회에 7점을 따라가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경기는 장장 4시간 45분간의 혈투 끝에 12회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날 롯데 선수들은 끈기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다소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간 선수들이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던 대목이다. 개막 전 ‘돌아온 에이스’로 주목받았던 염종석은 개막 후 3패만을 기록하다 22일 SK전에서 뒤늦게 첫승을 올렸다. 마해영 등 주포들이 빠져나간 롯데 타선의 새로운 거포로 부각됐던 김주찬 역시 2할6푼의 타율로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 김주찬 | ||
개막 전 ‘30홈런-30도루’까지 가능하다며 주목받았던 김주찬은 “솔직히 지금 분위기가 좋겠냐”며 “하지만 아직 초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성적으로 끝까지 가리라고는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롯데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염종석은 “돈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투자를 많이 하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 쉽게 말해 삼성 같은 경우 관중들도 감독이 필요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하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는 얘기다.”
염종석은 또한 “지난 몇 년간 신인 선수 발굴이 부족했다”면서 “메이저리그 가는 선수들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10억 이상씩 준다는데 마다할 선수가 누가 있겠나. 구단에서 말릴 형편이 안되었다면 차선책이라도 세웠어야 했다”고 구단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롯데의 올해 스타팅 멤버를 살펴보면 낯선 이름이 대부분이다. 백인천 감독 부임 후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선수들 간의 불화설도 흘러나왔었다.
김주찬은 “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형들도 일부러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염종석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스타팅 멤버 중 박현승 최기문 김응국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신인급이다. 어느 감독이나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있고,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편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염종석은 또 “12연패를 할 때는 주변에서 뭐라 해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 팀 선수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1∼2년차 선수들이 많다보니 전력이 약한 것은 감독님이나 선수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선수들도 져도 결코 쉽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목표에 대해 두 선수는 “개인적인 것보단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찬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염종석은 “10승 이상 하고 싶은 게 모든 투수들 목표고, 나도 시즌 개막 전에는 그런 목표가 있었다”면서도 마지막엔 “솔직히 (팀이) 꼴찌만 안했으면 정말 좋겠다”고 토로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