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싱 걸 조혜주씨는 탤런트 이세창씨가 단장으로 있는 ‘R스타즈’ 전속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 ||
패션모델과 레이싱 걸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알고 보면 정반대인 경우다. 이들 모두 언론사 사진기자와 팬들의 뜨거운 플래시 세례를 받는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패션모델은 무표정해야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다. 모델이 너무 튀면 오히려 의상이 죽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레이싱 걸들의 경우 튀면 튈수록 그들과 계약한 업체는 쾌재를 부른다. 레이싱 걸의 외모와 끼가 바로 그 레이싱 팀이나 자동차의 이미지와 동일시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신차 발표회나 모터쇼에서 각 업체들의 메인카나 컨셉트카에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레이싱 걸들이 배정되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이싱 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입문’ 조건은 ‘일단 눈에 띄어야 한다’는 것. 흔히 말하는 ‘쭉쭉빵빵’의 외모는 말 그대로 기본이다.
박광현, 류시원 등 인기 연예인 레이싱팀인 ‘R스타즈’(단장 이세창)의 전속 레이싱 걸로 활약하기도 했던 조혜주씨(23)는 “특정 회사 유니폼을 입고 있다 보니 업체들 또한 카메라에 많이 노출되는 걸 원한다.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촬영할 때 적절한 포즈를 잘 취해주는 것도 레이싱 걸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좋은 성격’ 또한 레이싱 걸이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이다. 2000년 모터쇼부터 BMW 전속 레이싱 걸로 활약하고 있는 홍연실씨(23)는 “표정이나 포즈에 남달리 소질이 있다면 유리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당당함”이라고 말했다. 초보 레이싱 걸들은 이런 노하우가 없다 보니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에만 신경 써 ‘무늬만 레이싱 걸’이라는 소리도 듣는다고.
▲ 경력 5년차의 베테랑 홍연실씨. | ||
이 분야도 계절을 탄다고 한다. KIMC대회 메인 스폰서인 BAT 전속 레이싱 걸인 이진씨(22)는 “봄과 가을이 행사가 많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성수기라면 상대적으로 여름과 겨울은 수입이 줄어드는 비수기”라며 계절에 민감한 직업인 셈이라고 말했다.
계절은 이들의 수입뿐만 아니라 ‘근무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서키트에서 보통 7∼8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도 무시할 수 없는데 가장 힘들 때는 역시 여름과 겨울이다. 노출이 심한 복장이다 보니 여름에는 땡볕에 피부가 거의 그을리다시피 하고 겨울에는 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각오해야 한다.
인디고 레이싱팀의 라선미씨(23)는 “사진 찍히는 걸로 그 정도 수입이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팬들도 많지만 자유로운 만큼 책임감도 크고 자기개발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며 보이지 않는 애로사항도 많다고 토로했다.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레이싱 걸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이 세계에 뛰어든 경우가 상당수다. 레이싱 걸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10대 후반 때 시작해야 20대에 접어들면서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대 중반이면 벌써 노장으로 분류된다.
경력 5년차인 홍연실씨도 내년에 24세밖에 되지 않지만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홍씨는 “레이싱 걸은 정말 젊었을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경험이 풍부해 앞으로 이미지 메이킹 강사로 나설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자기관리를 잘하면 결혼을 한 뒤, 심지어 아이를 낳고도 활동하는 선배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