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상훈의 경우처럼 프로야구판에는 단순 취미 수준을 넘어서는 ‘열혈 취미’를 가진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야구와 취미생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마니아들이다.
지난해 최다승 투수 정민태(34·현대 유니콘스)는 알아주는 낚시광이다. 그 자신도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야구와 낚시 둘 다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낚싯대를 잡았으니 벌써 조력이 20년을 훌쩍 넘어섰다. 정민태는 비시즌 중에는 제주도나 해외 등지에서 바다 낚시를 즐긴다.
하지만 시즌 중이라고 해도 그의 낚시에 대한 열정은 좀체 식지 않는다. 정민태는 야간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낚시도구를 챙겨 실내낚시터에서 새벽까지 붕어와 씨름한 적도 적지 않다. 그의 이 같은 ‘낚시사랑’은 후배들에게도 퍼져, 현대 투수들 중에는 낚시에 재미를 들인 선수들이 유난히 많다.
▲ 정민태 | ||
정민태의 낚시사랑은 지난 1999년 한 스포츠용품업체로부터 글러브 사용계약을 맺으면서 내건 조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정민태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평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낚시점퍼를 달라는 것뿐이었다.
이처럼 낚시의 대가이다 보니 ‘덩달아’ 회 뜨는 솜씨까지 일품이다. 주변 동료들은 정민태의 회 뜨는 솜씨가 웬만한 횟집 주방장을 능가하고, 특히 그가 끓인 매운탕은 기가 막히다고 말한다. 정민태는 “낚시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투수들에게 가장 제격인 취미생활”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마운드의 또 다른 노장투수 조규제(37)도 정민태 못잖은 낚시 마니아. 두 선수는 해외전훈지에서 종종 낚시 맞대결을 펼치는데 동료선수들이 더 신나 한다. 그 이유는 싱싱한 횟감을 맘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령 투수 송진우(39·한화 이글스)는 취미생활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우선 그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인 햄(HAM) 마니아다. 국가공인 자격증까지 획득한 그는 집과 자동차에 무선통신 장비를 설치해 놓고 틈나는 대로 ‘통신’을 한다. 그밖에도 당구실력이 3백점, 볼링은 에버리지 1백50점으로 수준급이다. 또한 컴퓨터 게임, 낚시 등에도 일가견이 있는 만능재주꾼이기도 하다.
기아의 김진우(21)는 소문난 영화광이다. 그는 웬만한 개봉작은 빼놓지 않고 본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즐겨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눈도 생겼다. 동료들은 새 영화가 나오면 김진우에게 영화평을 부탁한다. 그러면 김진우는 전문가다운 영화평과 함께 추천작을 내놓기도 한다.
1년의 절반 이상을 숙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때때로 저녁시간에 고스톱 포커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간혹 ‘도박중독’ 증세를 보이는 선수도 있는데 야구실력이 뛰어난 J선수가 대표적인 ‘타짜’로 꼽힌다.
J는 해외전훈지에서 밤에 몰래 사라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감독에게 혼쭐 빠지게 혼나기도 했으며 특히 국가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서 경기 전날 도박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J는 도박의 고수답게 그라운드에서도 게임을 읽는 눈치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선수들 중엔 인터넷 게임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홍성흔(27) 심재학(32) 장원진(35) 등은 숙소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해야 잠이 오는 선수들이다. 특히 홍성흔과 심재학은 자신들이 요청해서 ‘테란의 황제’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 선수 임요환과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승엽(27)도 인터넷 게임 마니아. 항상 노트북을 챙겨서 다니는 이승엽은 주로 인터넷 고스톱을 통해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 김재박 | ||
한편 프로야구판에는 당구를 취미생활로 삼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
하지만 당구 최고수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은 4구의 경우 7백점을 놓지만 주변에서는 1천점은 족히 넘을 것으로 평가한다. 김 감독이 한 큐에 무려 70개를 모두 친 일화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최근 당구에서 골프로 취미생활을 바꾸는 중이라고 한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