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 가운데 현역 때 보증을 섰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혹독한 대가를 치른 사람 중 한 명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보증 절차가 아주 간단하다. 소속팀에서 발행한 수입명세서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보증인이 될 수 있다. 은행에서는 대출받은 사람이 먹고 튀어도(?) 확실한 수입이 보장된 선수한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대출이 ‘OK’다.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은퇴 후에 몽땅 사기를 당하는 경우와 사업 실패로 오히려 빚더미에 나앉는 사례도 있다. 그나마 사업 실패는 왜 실패했는지 이유를 알고 경험이라도 쌓이지만 전 재산을 한 방에 사기 당하면 거의 재기불능이다. 인생의 그로기 상태까지 몰리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90년대 중반 모 지역의 L선수는 그 지역 S선수가 운영하던 큰 식당을 인수했었다. S선수가 팀을 옮기면서 식당을 넘긴 것이다. 워낙 중심가이고 손님이 많아 L선수는 전 재산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 상태가 1년 넘게 계속되자 결국 큰 손해를 입고 가게를 처분했다.
이유는 너무나 황당했다. 다른 지역 출신 선수가 운영하는 식당은 가지 않겠다는 지역색이 강했기 때문이다. L선수 말이 압권이다. 가게 인수 한 달 후부터 1년 동안 손님한테 판 고기보다 자기 식구들이 먹은 고기가 훨씬 많을 거란 얘기다. 참고적으로 그 식당 음식 맛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요즘 사회인 야구가 엄청나게 활성화됐다. 팀도 많아졌고 그만큼 수준도 높아졌는데 몇몇 프로야구 출신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에 일산에 있는 야구팀에 지도 부탁을 받고 간 적이 있는데 예상외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OB(현 두산) 출신의 K선수한테 회비를 내고 정기적으로 지도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1인당 한 달에 20만원을 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데 그 팀 선수 3∼4명도 K선수한테 지도를 받아 다른 선수보다 폼이 안정돼 있고 실력도 뛰어났다.
요즘 사회인 야구 선수들도 야구 욕심이 많아 돈을 투자해서라도 실력을 키운다는 걸 몇몇 프로 출신 선수들이 알고 인터넷에 선수를 모집했고 그게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개인사업이 돼버렸다고 한다. 선수 모집이 잘되면 회비도 저렴해진다. 자기가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돈도 벌면 그것이야말로 ‘마당 쓸고 돈 줍기’다. 나도 잠실에다 노래방이나 하나 해야겠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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