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택-이수안 커플의 결혼식.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인기 있는 선수일수록 주변의 유혹도 많이 있을 법하지만 그들이 평생 반려자와 결혼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보면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올인’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다는 것은 도중에 힘든 위기와 고비도 많았고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선수들 중에는 장장 10년 연애를 자랑하는 ‘마라톤 스타일’도 있고 만난 지 1년 만에 깔끔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속전속결파(?)도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연애 과정에서 있었던 달콤한 러브스토리와 위기 극복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따라가 봤다.
지난 2월28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가야금홀에서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스타인 이형택(삼성증권)이 신부 이수안씨를 맞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의 연애 뒤안길에는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돌아온다는 10년의 세월이 자리한다.
지난 94년 대학 신입생이었던 이형택은 친구 소개로 이수안씨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형택의 어머니는 처음에 이성교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운동선수가 훈련에만 전념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마당에 데이트까지 하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기 때문. 그래서 이형택은 어머니에게 교제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최근 결혼 결심을 굳히기 직전에서야 ‘10년 연애’에 대해 고백하며 처음으로 이수안씨를 인사시켰다고 한다.
이수안씨가 이형택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무기’는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였다. 하지만 빡빡한 훈련 일정과 대회 참가로 외국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힘들 때 함께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툼의 불씨가 되곤 했다. 1주일에 한 번꼴로도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하니 그 갈등의 깊이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 이봉주-김미순 부부 | ||
그래도 10년의 연애 기간이면 권태기가 있을 법도 한데 이형택의 답이 재미있다. “국내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사실 한 명도 제대로 만나기가 벅찰 정도였다.”
이봉주(삼성전자) 역시 마라톤 선수답게 장장 8년이라는 기나긴 연애 기간을 거쳐 김미순씨와 화촉을 밝혔다. 이봉주가 말하는 8년 무사고(?) 연애 성공 비결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당시 코오롱 소속이던 이봉주는 ‘2인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다소 마음고생이 심할 때 황영조의 소개로 김미순씨를 만났다. 하지만 이 커플 역시 위태위태한 순간들이 비켜가진 않았다.
이봉주는 “떨어져 있는 동안 몇 번이나 헤어질 위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래도 냉전 기간이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는데 아마 서로를 이해해주려는 ‘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장수 연애 비결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김미순씨가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이봉주가 모처럼 휴가를 받아 둘이서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비가 억수같이 왔다는 것.
▲ 이관우 | ||
프로축구 이관우(대전 시티즌) 역시 지난 96년 동갑내기 조경미씨와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무려 8년간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3월2일 약혼식을 거쳐 올 시즌이 끝나는 연말에 결혼에 골인할 예정이다.
이들 두 연인에게도 연습과 시합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 불만이 싹텄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관우의 일본 진출과 관련된 드래프트 파동과 왼쪽 발목 부상으로 선수생명에 위협을 받은 일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결과로 나타났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