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정민태는 지난해 선발로만 21연승을 기록했다. | ||
이로써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삼성화재의 기록은 77에서 멈춰 섰지만 현대캐피탈은 4년 넘게 이어오던 대 삼성화재전 26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연패의 수렁,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연승의 질주가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막을 내린 것. 선수들과 감독을 웃고 울리는 연승과 연패, 그 뒷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
흔히 연승행진은 당사자로 하여금 굉장한 희열을, 그 기록의 중단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연승행진의 부담감으로 인한 마음고생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때문에 연승행진의 중단이 선수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원래 생각지도 않았던 기록입니다. 오히려 잘 쳐준 타자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간판 김동문-라경민은 65연승을 거두며 세계대회 1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 ||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연승 행진의 방해요소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65연승을 거두면서 ‘세계대회 13회 연속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배드민턴 ‘혼복계의 지존’ 김동문(삼성전기)-라경민(대교눈높이)조. 배드민턴을 비인기 종목에서 탈출(?)시키고 있는 이 두 주인공들도 폭주하는 관심에는 배겨낼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최고의 선수’ 김동문은 “주위의 관심과 격려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경기하기에는 차라리 언론의 관심이 없을 때가 편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라며 연승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잖아요. 우리도 질 수 있는데…”라며 자신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이 정말로 부담이 되는 경우는 따로 있다. 바로 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팀의 감독이나 선수들의 경우다.
▲ 88년부터 95년까지 롯데 ‘거인’들은 ‘멍게’ 선동열 앞에서 철저히 작아졌다. 사진은 90년대 초반 선동열(왼)과 롯데 선수들. | ||
당시 오리온스에서 뛰었던 정락영 선수(28·KTF)는 “연패 탈출의 열망 때문에 시즌 내내 소화불량에 걸린 기억밖에 없어요”라고 했고, 감독을 맡고 있었던 박광호 현 KBL 경기위원장(50)은 인터뷰 요청을 “기억하기 싫다”며 정중히 거절할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가장 억울한 팀은 프로야구 작년도 최하위 팀 롯데 자이언츠일 것이다. 과거 롯데는 선동열 투수(현 삼성 코치)만 만나면 고양이 앞에 쥐였다. 지난 88년부터 95년까지 무려 8년 동안 선동열한테만 20연패를 당하며 ‘선동열 징크스’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투수’ 선동열을 이길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95시즌을 마친 뒤 선동열이 일본으로 진출을 해버렸기 때문.
선동열은 그의 자서전에 이런 한마디를 남겼다. “롯데 선수들에게 ‘타도 선동열’의 기회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