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윤재국의 다리를 걸어 부상을 입힌 서승화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병훈(이): 마음 고생이 심했지? 얼굴이 많이 망가졌네.
서승화(서): 요즘 불면증으로 죽을 맛입니다. 오늘부터 등판 예정인데 솔직히 마운드에 올라가기가 두려워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편치만은 않아요. 괜히 변명하는 것 같고….
이: 그럼 작년처럼 타자 할래?
서: (째려보며) 농담이라도 그때 얘기하지 마세요. 지금보다 더 마음 고생 심했으니까. 몇 번 나갔는데 그때마다 안타가 나올 게 뭡니까. 타자들한테 엄청 미안했어요.
이: 세 번째 퇴장당한 날 부모님 반응이 심상치 않으셨을 텐데.
서: 아버지한테 무지 혼났어요. 성적보다 매너가 우선이라며 야단을 치시더라구요. 그런데 자꾸 언론에서 난폭한 선수로 몰고 가니까 기분이 안 좋으셨던 모양이에요. 나중에는 자신감 잃지 말고 소신 있게 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셨어요.
이: 사람들이 너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게 있다면?
서: 무엇보다 언론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기사화해서 억울한 게 많아요. 다른 투수가 몸쪽으로 던지면 ‘유인구’나 ‘승부구’라 하는데 제가 던지면 ‘위협구’라고 하는 식이죠.
서: (김)재걸이형(삼성) 때는 몸쪽으로 살짝 빠진 걸 먼저 과잉반응 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랬어요.
이: 그럼 지난 번 윤재국 때는 왜 그랬니?
서: 그때는 무의식중에 발이 나갔어요. 정말 고의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재국이형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으니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다음 날 전화로 잘못을 빌긴 했지만 제 마음을 온전히 받아주시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 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 실제 싸움 실력은 어느 정도야?
서: 학교 다닐 때 조금 해봤죠. 그래도 맞은 적은 없어요. 진 적이 없다는 게 아니라 맞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세요? 제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나요?
이: 전에 한대화 코치(현 LG 코치, 전 동국대 감독이자 서승화의 스승)가 서승화는 순한 성격이라고 말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싶어서.
서: 대학 때는 말썽 한번 부린 적이 없었죠. 그런데 프로 와서 몇 차례 불미스런 일이 생기니까 코치님도 안타까워하시더라구요. 뭐, 순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말썽꾼도 아닙니다.
이: 네 팬들과 안티 팬들에게 정중히 한 마디 해라.
서: 어찌됐든 일련의 불미스런 일에 원인 제공을 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강한 승부욕에서 나온 실수라고 이해하시고 앞으로 서승화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이면 여유와 배짱을 부리는 넉넉한 마운드 운영으로 칭찬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