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경기중에는 집중을 하기 때문에 더운 걸 잊어버릴 수 있다. 진짜 괴로운 건 경기 전 퇴약볕에서 연습할 때다. 특히 원정팀 선수들이 연습경기로 엄청난 땀을 흘린 뒤 샤워하고 땀을 식힐 만한 공간이 없다면 그 이상 괴로운 게 없다.
물론 홈팀 선수들은 연습 후 라커룸에서 샤워하고 뽀송뽀송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쉴 수 있다. 그뿐이랴. 1~2시간 달콤한 낮잠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원정을 온 서러운 방문객들은 선풍기도 한 대 없는 꾀죄죄하고 초라한 공간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옷 갈아입고, 시간을 때워야 한다.
또 원정팀은 호텔에서 음식을 가져와 경기 전 야구장에서 먹는데 이때는 반드시 여직원이 같이 온다. 때문에 방이 시원하다고 해도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다. 여자 직원이 없다고 해도 식사하는데 땀에 절은 유니폼을 갈아입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할 수 없이 밥을 먹고 더운 곳에서 옷을 갈아 입는다.
나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원정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제발 옷 갈아입는 곳에 대형 선풍기 한 대만 설치 해달라는 하소연이다. LG와 두산의 홈 구장인 잠실에는 실제로 옷 갈아입는 곳이 한증막보다 조금 시원하다. 이곳은 흡연실도 겸하고 있다.
어떨 때는 내가 다 미안할 정도다. 언젠가 FA에서 대박을 터트린 몸값 20억~30억원짜리 선수들이 너무 더워 옷을 홀딱 벗고도 헉헉 거리기에 차라리 돈을 갹출해서 선풍기 한 대 사라고 권했을 정도다.
더욱 답답한 건 그 장소가 개방된 공간이어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앉아 있을 때 불쑥 일반인이 들어온다고 상상해보라. 특히 여기자나 리포터들이 자주 찾는데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잠실 원정팀 선수들이 LG 웨이트트레이닝장이나 시원한 흡연실을 찾아서 옷도 갈아입고 휴식도 취하는 모양이다. 이걸 LG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원정 선수들도 할 말이 있다. 크지 않더라도 마음놓고 옷 갈아입을 시원한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괜히 다른 팀 선수들이 들락날락하는 거 신경쓰지 마시고 선풍기 한 대만 놔 주세요!
이병훈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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