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드래곤즈 서포터들의 응원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프로축구 구단과 에이전트 업계는 물론, 심지어 각 구단의 전·현직 코칭스태프 등까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프로축구계의 암묵적인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프로축구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전남구단 경리 직원에 대해 연이틀 자정을 넘기며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전 사무국장이 구단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물증을 처음 제시했던 이 직원은 검찰조사에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 검찰은 전남구단과 거래를 하면서 전 사무국장 P씨와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에이전트 세 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했다.
검찰은 브라질 현지 조사를 통해 ‘검은 커넥션’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 오는 8월 중순경 브라질 현지에도 수사 검사를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 조사를 위해 해당국에 검사를 직접 파견한다는 사실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P씨와 거래를 해온 것으로 지목된 에이전트가 지인들에게 브라질 현지에서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부분도 검찰이 브라질 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은 용병비리사건을 전남 구단에만 제한하지 않고 전 구단으로 확대할 뜻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용병 거래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들을 연결 고리로 세워 나머지 11개 구단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용병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이밖에 투명한 경영이라는 모티브를 내걸고 있는 모기업을 둔 B구단은 세무조사에 대비해 각종 자료 정리에 나서는 등 분주한 분위기며, 하물며 C구단 관계자는 “나는 절대로 돈을 만지지 않았다. 구단 내 다른 직원이 돈거래는 도맡아 했다”며 후배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의 사례와 유사한 의혹을 가장 많이 받았던 D구단도 검찰 수사의 ‘파편’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D구단에 정통한 축구 관계자는 “축구 관계자들 대부분은 D구단을 털면 먼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기회에 용병 영입 시장이 투명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에이전트 업계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출국금지를 당한 세 명의 에이전트 중 한 명이 운영했던 회사의 전 직원 D씨는 “사장님이 구단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우리도 검찰에 불려 가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사의 직원은 “어떤 에이전트는 감독들에게 이적료 등에서 몇 %를 줄 테니 우리 선수를 뽑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업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고 고백했다. 이 직원은 “일반인의 생각처럼 에이전트업계는 소수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이런 일이 터지고 나니 에이전트로서 이루고자 했던 꿈을 접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프로팀 감독과 아무개 에이전트가 수 년 전 검은 돈 거래를 했다는 소문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현재는 아무개 감독이 몸을 담았던 구단은 혹시 검찰이 전남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자신들에게 칼날을 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남 순천에서 시작된 검찰의 사상 초유인 프로축구 사정 수사가 프로축구계 전체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