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김남일 이을용 김태영 최진철. | ||
박지성과는 선후배 지간이면서도 마치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다. 박지성이 귀국한 뒤 외출할 때마다 아버지에게 파는 단골 메뉴가 ‘남일이형과 약속있다’는 멘트라고. 이로 인해 김남일은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한테 괜한 오해를 받았단다. ‘남일이형과 만난다’는 박지성이 매번 술 마시고 새벽녘에야 귀가하는 바람에 박씨가 김남일을 아예 ‘블랙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것. 누명 쓴 게 억울하다고 생각한 김남일, 박씨에게 면담을 요청한 뒤 직접 찾아가선 ‘만나긴 했지만 밥만 먹고 일찍 헤어졌다’고 털어 놓는 바람에 박지성은 그 이후 잠시 동안 외출 금지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동국은 김남일에게 아픔이자 희망이다. 98프랑스월드컵 때만 해도 김남일은 이동국에게 ‘빌붙어’ 다니는 존재였다. 그러다 2002년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이동국이 김남일의 인기에 편승해 쓴 입맛을 다셔야만 했던 것. 그런 현실을 겪으며 김남일은 이동국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쳐야했다. 이동국이 상무 입대하기 전의 일이다. 김남일은 청담동에서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길바닥에 누워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동국이가 불쌍하다면서. 월드컵 기간 동안 폐인처럼 지낸 이동국이 떠올라 술기운에 눈물을 쏟았다고 회상하는 김남일은 이동국에게는 모든 걸 다 줘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이을용, 박지성, 이동국의 공통된 특징은? 김남일식 해석이다. “‘통밥’ 잴 줄을 몰라요. 그러면 된 거 아녜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