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드레곤즈 운동복을 입고 연습하는 고종수. 사진제공=전남 드레곤즈' | ||
싸가지가 없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프로와 대표팀에 들어가서 선배들보다 먼저 버스에 오르고 물을 마시는 등 ‘싸가지가 없다’는 얘기가 사실인양 알려졌다. 또 좋은 의미인 ‘대학 5학년생 고종수’가 ‘버릇없는 놈’이란 의미로 변질됐다. ‘대학 5학년생’은 신문선씨가 해설 도중 대학 4학년생보다 더 잘한다며 붙여준 말인데 언론에서 의미를 바꿔 해석해 버렸다. 솔직히 세상이 무서웠다. 완전히 나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축구를 그만두고 두 번 다시는 축구쪽을 쳐다보지 않을 생각도 했다. 언론의 선입관도 무서웠다. 왜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비틀어서 쓰는지 모르겠다. 시즌이 시작되면 언론과 인터뷰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말이다.
비만이다?
맞다. 지금 79kg인데 일본 J리그에서 돌아왔을 때 71kg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선수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가장 컨디션이 좋아지는 74kg까지 감량하겠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식사량도 줄였고 비타민을 매일 같이 복용한다. 그래서인지 자리에서 일어날 때 약간의 현기증 증세가 보이기도 한다. 아직 몸 상태는 50%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생활이 엉망이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살이 쪘다. 거울을 보면 나도 놀란다. 축구선수가 아랫배가 나오고 뒤뚱거리며 걷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더 잘 안다.
에이전트 때문에 망가졌다?
주위에선 에이전트때문에 고종수가 망가졌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에이전트 곽희대씨는 나에는 친형이나 다름없다. 술 담배도 전혀 못하는 희대형은 나 때문에 괜한 구설수에 올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희대형한테 혼도 많이 났는데 잘 듣지 않았다. 다른 에이전트라면 진작 나를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돈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는 형이다.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을 하면서 사실인 양 굳어지는데 희대형도 이런 의미에서 피해자다. 에이전트를 바꾸는 것은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술꾼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한창 술을 마실 때는 죽을 만큼도 마셨다.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를 학대해 완전히 현실에서 도피해버리고 싶었다. 하루건너 술로 인해 사고를 칠 때는 내가 왜 이러는지 스스로도 궁금했다. 술에 의지해 순간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술을 깨고 난 뒤 느끼는 허탈감은 끔찍스러웠다. 술이 나를 먹는다는 공포감도 들었다. 지금은 술을 끊었다. 나를 버렸던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겠다. 슬프고 우울하다고 술을 찾으면 그 슬픔은 더욱 깊어졌다. 이제 바보 고종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라나카(키프러스)=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