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병규(이): 어? 우리 아들 이름도 아시네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내일 모레면 태어난 지 4개월째입니다.
배: 4개월째면 아주 예쁘겠어요.
이: 어휴, 예쁘다마다요. 백일 지나니까 사람도 알아보고 아주 귀여워요.
배: 우리 딸도 네 살인데 너무 예뻐서 일하기 싫을 정도라니까요. 집에 있으면 야구장 가기 싫죠?
이: 아뇨. 애 키우려면 돈 벌어야죠. (야구장에) 오지 말라고 해도 와야 되는 걸요?
배: 잘 키워주세요. 연상연하 커플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이 차이도 세 살. 이거 딱 좋다! 승민이가 결혼할 때쯤이면 여자가 품귀현상을 빚을 텐데.
이: 하하. 정말 농담 잘하시네. 그런데 오늘 애들 얘기만 하러 오셨나요?
배: 무슨 말씀을.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최근 두산과 3연전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 질문지 보니까 ‘두산과 맞붙을 땐 마음가짐이 달라지나요?’라고 물어보라네. 다르긴 뭐. 다 똑같지.
이: 맞아요. 두산만 라이벌이 아니거든요. 나머지 일곱 팀이 다 우리의 라이벌이죠. ‘한지붕 두가족’이다보니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계시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데 두산과 라이벌 운운하는 건 다 기자분들이 만들어 내신 것 같은데요?
배: 여기 기자분도 앉아 계시지만 기자들도 먹고 살아야죠. 읽을 ‘꺼리’들을 만들어내는 직업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건 그렇고 ‘한국의 이치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안타수가 장난 아니에요. 그렇게 많은 안타를 칠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이: 제가 배트컨트롤이 좋은 편이에요. 어렸을 때 워낙 힘이 없어서 방망이를 갖다 대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하다보니 그쪽으로 발달이 된 것 같아요.
배: 체격이나 뭘로 보나 딱 홈런타자감인데.
이: 어휴, 잠실에선 홈런 타자하기 힘들어요. 대구면 모를까. 그리고 전 원래 홈런보다 중장거리 타자가 제격이에요. 팀에서도 그런 부분을 원하구요. 일단 쳐서 진루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배: 바로 그런 선수를 ‘짭짤한’ 선수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4번에서 3번 치다가 또 오늘은 1번을 친다면서요?
이: 네. 지난해 5월, 1번을 치면서 팀 승률이 좋았거든요. 아마도 코칭스태프에서 그걸 염두에 두고 타순을 조정한 게 아닌가 싶어요.
배: 타순이 바뀌면 방망이 칠 때 자세가 달라지나요?
이: 그럼요. 다른 것보다 1번을 칠 때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야 하니까 뻥뻥 못 휘둘러요. 아무래도 소심해지죠.
배: 이런 질문 한번 해볼게요. 투수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있다면 누굴까요.
배: 그 얘길 하니까 옛날 기사가 생각나네. 이병규 선수가 신인 때였을 것 같은데 스포츠신문 1면에 이병규, ‘선배님들, 제대로 던져 주세요!’ 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아, 그거! 웃자고 한 얘기였는데 그 기사가 나간 이후 큰 곤욕을 치렀어요. 그게 아마 막 입단해서 개막전을 치렀는데 너무 점수가 좋게 나온 거예요. 신인이다보니 감정 컨트롤이 안돼 기분 좋은 상태에서 생각 없이 얘기한 거죠. 상대팀 투수가 엄청 열받아서 만날 때마다 사과하러 다녔어요.
배: 하하. 재작년에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서 독일 가서 수술 받고 오셨죠?
이: 운동하면서 그렇게 아파본 것도 처음이었고, 수술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독일 가서 혼자 누워 있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이러다 내 야구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해 말에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잠시 갈등이 있었어요. 성적이 좋을 때 결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하길 잘했어요. 와이프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팔팔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배: 역시. 이렇게 지면을 통해 립서비스 한방 띄워주면 집에서 한 달은 편하겠죠? 하하. 야구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있다면 뭘까요?
이: 제가 한 해에 안타를 1백92개까지 쳐봤거든요. 2백 개가 목표였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2백 개를 치려면 126게임 동안 한 게임에 한두 개씩은 꼬박 쳐내야 하니까요.
배: ‘방졸’이 띠동갑인 정의윤 선수라면서요? 어때요? 띠동갑이랑 같은 방을 쓰는 기분이.
이: 정의윤이라고 부르면 화내요. 정에릭이라고 불러야지. 하하. 배칠수씨, 그런데 여기 세계에 있으면요, 같이 어려져요. 레벨 맞춰줘야 하거든요. 나도 86년생 같다니까. 요즘엔 거의 제가 ‘방졸’로 들어가죠. 빨래도 직접 가져오고.
배: 그러고보니 머리가 짧아졌네요. 예전엔 TV에서 보니까 상당히 장발이던데.
이: 날씨가 더워지니까 못 견디겠더라구요. 머리가 좀 길어야 ‘화이바’ 썼을 때 머리 끝이 말리면서 폼이 좀 나는데. 하하.
배: 은퇴하기 전까지 꼭 2백안타의 목표를 이루시기 바라구요. 승민이 큰 다음 따로 한번 만나죠. 제 딸 데리고 나갈 테니까. 하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