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의 골프주간지 골프위크와 골프채널, 그리고 위성미가 사는 하와이의 지역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위성미 10월 프로선언’ 기사를 썼다. 이를 본 타 매체 기자들이 줄지어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 날 야후(yahoo.com)를 검색하니 거꾸로 한국 기사가 영문으로 번역된 것이 주요 뉴스로 올라왔다. 위성미의 부친 위병욱씨는 한국 언론과 거의 접촉이 없는 데도 말이다.
어쨌든 덕분에 외신을 읽느라 모처럼 영어공부도 많이 하고, 몰랐던 골프 관련 규정도 많이 알게 됐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프로의 개념. 골프에서 프로라는 신분은 참 재미있다. 그냥 자기가 ‘난 이제부터 프로’라고 선언을 하면 프로가 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아마추어 주말 골퍼도 “이제부터 볼을 쳐서 먹고 살겠다”고 선언하면 프로가 되는 것이다. 물론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은 데다 프로 대회도 뛸 수 없지만 말이다. 프로에게 중요한 것은 ‘시드(출전권)’다. 대회를 나가야 성적으로 상금을 받고, 또 성적이 나야 인기를 얻어 스폰서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성미도 16세 생일(오는 10월11일)에 특별한 절차 없이 ‘이제부터 프로입니다’라고 말만 하면 프로가 되는 것이다. 미LPGA나 미PGA에 뛰려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야 하는데 위성미는 그럴 생각이 없다. 남들은 투어시드를 받으려고 안달이지만 인기가 높은 위성미는 초청만으로도 1년에 15개 대회(LPGA-8개, PGA-7개)를 뛸 수 있다. 타이거 우즈도 퀄리파잉스쿨 대신 초청대회를 출전하다가 우승, 시드를 확보했다. 위성미도 우즈와 같은 코스를 밟으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LPGA의 낙랑 18세. 미LPGA는 만 18세 이상에게만 투어멤버를 허용한다. 한창 공부해야 될 나이에 골프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커미셔너의 특별승인을 얻어 17세 투어에 도전한 송아리만 유일한 예외였고, 더 이상 예외를 남발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모건 프리셀(17)이라고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선수가 있다. 김주연이 우승한 2005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한 최근 ‘미LPGA 10대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내년 5월이 만 18세인데 미LPGA는 절반의 특별승인을 내렸다. 17세에 퀄리파잉스쿨(2005년 12월)에는 응시하도록 허용했지만 합격하더라도 투어에는 내년 5월 만 18세 생일을 지난 후에 뛰라는 것이다.
그럼 위성미는? 원래는 안 되지만 워낙 엄청난 흥행력을 가진 선수이기에 미LPGA는 규정을 논할 여유가 없다. ‘원한다면 승인해주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선을 남자무대(미PGA)에 두고 있는 위성미는 정작 특별대우 자체를 원치 않는다. 대학(스탠포드)도 다니고, 남자와 여자 프로대회를 오가며 마음껏 골프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얘기는 많지만 ‘시월이 오면’ 또 많은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끝으로 돈 문제 하나만 언급하겠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리즘의 구분이 엄격한 미국에서 위성미와 같은 아마추어는 절대 상업적인 후원을 받으면 안 된다. 위성미의 부친 위병욱씨는 2003년 딸과 프로대회를 다니느라 5만달러를 썼고, 지난해 7만달러에 이어 올해는 약 10만달러나 지출했다. 9개월 계약직 대학교수(하와이대 교통공학과)로 과분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정위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월 프로선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위성미가 프로대회에 다니며 뒷돈을 받았을까. 한국에도 왔었는데 말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인 ‘안기부 X파일’처럼 알아도 몰라야하는 얘기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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