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이 월드컵 대표팀 주장감으로 콕 찍은 김남일. | ||
이제 지도자로 나서 전남 드래곤즈의 코치를 맡고 있는 황선홍에게 월드컵은 아픔이면서 동시에 감격의 무대였다. 평소 말을 아껴왔던 황선홍이 오는 6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태극전사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전했다.
황선홍 코치는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1월15일부터 실시하는 UAE-사우디-홍콩-미국을 경유하는 6주간의 전지훈련에 대해 “너무 많은 곳을 옮겨 다닌다”고 지적했다. 한두 곳을 정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수없이 많은 전지훈련을 다녔던 황 코치로선 6주간의 장기전훈에서 근거리도 아니고 대륙을 건너다니는 일정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황 코치가 지금껏 다녀본 전훈지 중 최고로 꼽는 곳은 지난 2002년 3월 월드컵을 얼마 안 남겨놓고 갔던 스페인 라망가. 라망가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지내 스페인통이었던 히딩크 감독의 추천으로 결정된 곳이었다. 스페인에 별장까지 지니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개인 의견에 따른 것이었지만 대표팀의 막바지 정비를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날씨가 만족스러웠다. 핀란드와 평가전을 치르는 등 훈련 성과도 좋았다. 황 코치는 당시 핀란드전에서 두 골을 터트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라망가 전훈 뒤부터 컨디션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월드컵 4강까지 내달렸다. 황 코치는 적당한 휴식이 가미된 전훈의 효과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6주간 9번의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의 1월 전훈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황 코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히딩크 감독과 달리 선수들을 체크할 기회가 많지 않아 무리한 일정을 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많은 연습경기는 수비라인 점검에 무게감을 둔 스케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훈은 선수들의 외적 기량뿐 아니라 성향점검도 이뤄질 수 있어 감독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황 코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주장이다. 팀의 주장은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황 코치는 “영국에 있을 때 로이 킨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맨체스터에서 멀지 않은 셰필드에 머물렀던 황 코치는 맨유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맨체스터로 차를 몰았다.
황 코치는 “사실 로이 킨이 왜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에 절로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황 코치가 생각하는 대표팀의 주장은 김남일. 황 코치는 “포지션으로 봤을 때도 남일이가 주장을 맡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 “남일이가 튀는 성격 등 개성을 좀 덮고 누구든지 다 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주장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가 없을 때에도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친화력과 지도력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현대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수의 연결고리로 주장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는 게 황 코치의 생각. 로이 킨(셀틱)이 맨유에서 주장을 했고, 지금은 유벤투스로 옮긴 패트릭 비에이라도 아스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며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포지션상 주장 완장을 찰 수 있고 대표팀에서도 어느새 고참으로 성장한 김남일이 믿음직하다는 게 황 코치의 의견이다.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 대한 조언과 후배에 대한 애정을 편하게 얘기하던 황 코치에게 월드컵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냐고 살짝 떠봤다.
황 코치는 “왜 그런 마음이 없겠나.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지도자로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1968년생인 황 코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테디 셰링엄을 바라보면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999년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 때 공격수였던 셰링엄은 1966년생이지만 올 시즌에도 웨스트 햄에서 뛰고 있다. 또 네덜란드 축구영웅 데니스 베르캄프(아스널)도 1969년생으로 아직도 현역이다.
황 코치는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 같다.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축구선수로는 큰 영광이다. 후배들이 독일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 후회 없는 경험을 하고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