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을 앞둔 선수들. 다들 손을 얹은 가슴 속에 독일행의 꿈을 키우고 있을 터. | ||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지난 4월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월 11일 오후 3시 30분 이곳에서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엔트리 23명은 5월 15일 오후 1시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훈련에 돌입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또 유럽파 점검을 마치고 입국한 지난 22일 회견에선 “최종 엔트리의 95%는 완성됐고, 한두 자리는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회의 후 이영무 위원장은 “최종 엔트리는 올해 초 해외 전훈을 다녀온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본다. 전훈 때 이미 80%는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이 위원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새 얼굴을 깜짝 발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독일월드컵 무대를 밟을 대표팀은 전훈 멤버에 유럽파가 합류하는 형태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 1∼2월 전훈에서 선보인 4-3-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골키퍼(3명)를 제외한 각 포지션에 2배수의 선수가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6명 안팎이 선발될 공격수는 박주영(서울) 정경호(광주) 안정환(뒤스부르크) 조재진(시미즈) 이천수(울산) 설기현(울버햄프턴)의 승선이 유력하다. 박주영과 정경호는 왼쪽 윙포워드에서 주전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전훈에서 부침이 심했던 박주영은 지난 3월 1일 앙골라전 골로 어느 정도 점수를 땄지만 최근 K-리그에서의 부진이 부담이다. 정경호는 기록으로 나타나는 공격 포인트에서는 박주영에게 밀리지만 스피드와 돌파력, 투지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에 있다.
안정환과 조재진은 중앙 공격수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주전 중앙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이동국(포항)이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독일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것이 큰 변수가 됐다.
▲ 독일월드컵 출전 한국팀 최종 엔트리 경쟁 구도. 4-3-3 포메이션 기준.(유) 최종엔트리 유력, (경) 경합 | ||
최근 일본 프로축구(J리그) 9경기에서 6골을 몰아친 조재진은 이동국의 부상 공백을 메울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독일행이 확정적인 가운데 관심은 안정환과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천수와 설기현은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경쟁할 확률이 높다. 전훈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이천수가 상승세인 반면에 설기현은 소속팀에서 시즌 막판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해 페이스가 처져 있다. 누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지는 소집 후 훈련과 네 차례 평가전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들과 막판까지 최종 엔트리 진입 경쟁을 벌일 후보군에는 정조국(서울)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최태욱(포항)을 포함시킬 수 있다. 정조국과 최태욱은 올 초 전훈에서 기용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두리는 최근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승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3명이 포진하는 미드필더의 경우에도 2배수인 6명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이 유력한 가운데 김두현(성남)이 백업 요원이 될 전망이다. 전훈에서 기량이 좋아진 백지훈(서울)의 엔트리 진입 여부가 변수다. 박지성의 경우 좌우 윙포워드로도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선수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왼쪽 미드필더엔 김남일(수원)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의 발탁이 유력하다. 둘 중 누가 ‘베스트 11’에 포함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오른쪽 미드필더엔 이호(울산)와 김정우(나고야)가 낙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전훈의 핵심 포인트였던 포백(4-back) 수비 라인에는 2배수인 8명이 필요하다. 왼쪽 풀백은 이영표(토트넘 홋스퍼)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백업요원으로는 김동진(서울)이 유력하다. 김동진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받은 경고가 누적돼 조별리그 첫 경기 토고전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최종 엔트리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4월 22일 “최종 엔트리의 95%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 ||
오른쪽 풀백엔 조원희(수원)가 뽑힐 확률이 높다. 관심은 이 자리에서 조원희와 경쟁할 나머지 한 명이 누가 될지다. 수술 후유증을 딛고 막판까지 안간힘을 쏟고 있는 송종국(수원)과 올 초 전훈 멤버였던 장학영(성남)이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후보다.
최종 엔트리에 반드시 3명이 포함돼야 하는 골키퍼는 쉽게 승선자가 결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프로축구 K-리그가 진행되면서 경쟁 구도가 나타났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미손’의 위력을 발휘한 이운재(수원)의 독일행은 확정적이다. 나머지 두 좌석을 놓고는 김영광(전남) 조준호(제주) 김병지(서울) 김용대(성남)가 경합하고 있는 양상이다.
김영광은 올 초 전훈 멤버였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정작 전훈에서는 단 1분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했고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전남전을 관전하며 김영광의 컨디션을 직접 점검했다. 29일엔 제주로 날아가 제주와의 원정 경기에 나서는 김영광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제주에는 올 초 전훈에 참여했던 골키퍼 조준호도 있다. 조준호는 전훈에서 미국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 LA 갤럭시전 후반에만 출전했을 뿐이다.
김병지 역시 노련미를 앞세워 마지막 월드컵 출전에 도전장을 냈다. 대표팀에서 골키퍼 조련을 맡고 있는 정기동 코치가 K-리그 개막과 함께 김병지를 유심히 살펴왔다. 지난 23일 열린 서울-전남전에서는 상대팀 문지기 김영광과 함께 나란히 아드보카트 감독 앞에서 시험을 치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30일 성남-서울전을 관전했다. 두 팀의 골키퍼 김용대와 김병지를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전한 K-리그 경기를 되돌아보면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 중 실제로 아직 결정하지 못한 5%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은 5%는 골키퍼와 오른쪽 풀백의 백업 요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병지, 김용대, 조준호(이상 골키퍼)와 송종국, 장학영(이상 풀백)이 5%에 들기 위해 마지막 경쟁을 하고 있는 후보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안정환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독일로 출국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지난 주말 K-리그가 이들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수없이 많은 축구 선수들 가운데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는 선수는 736명(23명×32개 본선 진출국)에 불과하다. 최종 엔트리에 뽑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 영광의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