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박지성이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기자가 현장을 찾아 일일이 물었지만 태극 전사들은 비밀선거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모두들 “얘기하면 안되는 거 아니냐”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갔다.
후보들의 약력이나 공약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선수들 모두 “연필을 굴려 뽑아야겠다”는 심정이었겠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은 갖고 있었다.
골키퍼 김영광은 “인상 좋으신 분을 뽑겠다”고 했고 안동이 주소지로 알려진 김진규는 아예 대놓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니 아빠 친구 분이 후보로 출마했다고 하셔 그 분을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인천이 주소지인 이천수는 “축구를 좋아하신 분을 뽑겠다”고 답해 시장 후보자 중에서는 인천 프로축구단 구단주인 안상수 현 인천시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그럴싸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는 일.
“맨체스터시 시장을 뽑아야 한다”는 농담을 듣기도 한 박지성은 누굴 뽑았냐는 물음에 미소로 일관했다. 주변에서는 지난해 11월 박지성의 축구 인생이 담긴 앨범을 선물하고 ‘박지성길’까지 뚫어준 김용서 현 수원시장을 찍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예상이 나돌기도 했지만 본인은 묵묵부답이다.
한편 대표 선수들의 맏형으로 불리는 최주영 물리치료사는 현장에서까지 후보 팸플릿을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 기자가 “그럼 후보 사이사이 칸에 표기를 하시라”고 권하자(?)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하며 기표장으로 들어갔으나 나와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