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럴 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나도 모른다’가 대답이다. 아마 대표팀 선수나 아드보카트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어떻게 알겠는가. 혹시 토고의 유명한 주술사라면 그 결과를 알고 있을까.
솔직히 2002년 월드컵 개막 직전과 지금의 대표팀 체감도를 비교해보면 4년 전이 훨씬 앞서 있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를 한 덕분에 한국대표팀은 자신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기자들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면서 일했다.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지금 대표팀에선 그런 신바람이 느껴지질 않는다. 아마도 해외 원정 경기인 데다 한창 체력 훈련 중이기 때문에 피로가 엄습한 이유도 있겠지만 왠지 ‘뭔가’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표팀 선수의 가족들을 인터뷰하다가 어느 가족이 조심스럽게 이런 얘기를 꺼냈다. “주전과 비주전 사이의 실력 차가 너무 큰 것 같아요. 만약 주전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뒷받침할 만한 후보들의 실력이 걱정될 정도예요.” 노르웨이전을 본 뒤에 그 걱정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을 한 사람은 주전 선수의 가족이다.
그렇다면 이런 우려와 걱정들이 비단 한국대표팀에만 한정돼 있을까.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 잉글랜드 독일 등은 우리와 같은 고민거리는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만 주전과 비주전 간의 실력 차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고, 우리만 전지훈련지에서 추위에 떨었던 것은 아니다. 또 우리 대표팀만 평가전에서 졸전을 펼쳐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니다.
평가는 월드컵을 통해 이뤄진다. 뚜껑이 열리고 그 안에 든 내용물들의 실체가 제대로 확인됐을 때 미리 했던 걱정이 기우였는지 아니면 선견지명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6월 5일, 독일로 출발한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대표팀 훈련 캠프가 마련된 쾰른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번 독일 출장에 대해 주위에선 부러움이 한 가득이지만 정작 기자 입장에선 ‘기사거리’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러나 이 걱정도 나만 하는 게 아닐 것이다.
누구는 월드컵을 ‘전쟁’이라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전쟁터’로 가는 게 아닌 ‘축제의 장’으로 향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 축제 속에서 모처럼 신나는 기사를 쏟아내고 싶다.
독일의 ‘축제 현장’에서 전하는 ‘월드컵 러브레터’가 우리 팀이 16강, 8강 아니 그 이상에 올라 7월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물론 우리 가족들은 6월 귀국을 바라겠지만 말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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