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프라이드FC의 스타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가 얼마 전 미국 UFC로 이적하면서 종합격투기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미국이 하면 다르다?
세계 이종격투기 시장은 2년 전만 해도 70% 이상을 일본이 장악했다. 입식타격기의 최고봉인 K-1(93년 출범)과 MMA 최대 이벤트인 프라이드FC(97년 시작)를 나란히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UFC는 93년에 시작했지만 관중 규모, TV 중계, 선수 대전료 등이 프라이드FC에 크게 뒤졌다. 특히 입식타격기에 식상한 팬들이 MMA로 몰리면서 2005년까지 프라이드FC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보통 UFC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후 돈을 더 주는 프라이드FC로 진출하는 게 코스였다. 대표적인 예가 조시 바넷이다.
그런데 2006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의 격투기 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흥행 파괴력을 감지한 어머어마한 자금이 쏠리기 시작했다. 2006년 말 케이블TV에서 방영한 UFC대회 유료시청(PPV) 신청자가 120만 명을 넘었다. 2003년에 비해 6배나 늘어난 것으로 UFC는 대회당 5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여기에 펀드자금까지 몰리면서 UFC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게 됐다. 이에 2006년 또다른 격투기단체인 WFA를 인수하기도 했다. 마침 프라이드FC가 지상파인 후지TV와의 계약 파기, 야쿠자 자금 개입설 등으로 곤경을 치르자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프라이드FC가 지상파 중계에서 PPV로 격이 낮아진 반면 UFC는 PPV는 물론이고, 이제 지상파 방송과의 중계권 계약까지 성사시키고 있다. 이에 UFC는 인기 파이터에 대한 스카우트 공세를 펼쳤고 크로캅, 퀸튼 잭슨 등의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프라이드FC의 주최사 DSE의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대표는 “미국 시장이 이토록 성장할 줄 짐작하지 못 했다. 지상파TV 계약을 잃은 것보다 미국 시장에 대해 오판한 것이 더 큰 실수다. 이제는 UFC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정도로 ‘똑똑한’ 크로캅은 급격하게 거대해진 UFC의 엄청난 자금력, 그리고 무엇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과감히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프라이드FC를 버리고 UFC로 향한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지구촌 최강대국인 미국은 스포츠에서도 슈퍼파워를 갖고 있다. 축구를 제외한 주요 프로스포츠에서 최대의 흥행 시장이다. 미국이 종합격투기를 본격적으로 육성할 경우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90년대 초까지 헤비급 세계타이틀매치 한 판에 천문학적인 돈이 걸렸던 프로복싱 전성기가 좋은 본보기이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전성기 때 최대 3000만 달러, 웬만하면 1000만 달러가 넘는 대전료를 받았다.
크로캅은 오는 2월 4일 UFC 데뷔전을 치른다. 상대는 에릭 산체스. 8연승 중으로 타격기가 뛰어난 강타자다. 세계 최고의 타격기를 자랑하는 크로캅이 화끈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타격기가 뛰어난 상대를 택한 것이다. 이처럼 UFC는 크로캅에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다. 계약 조건도 파격적이다. 2년간 6번 싸우는 조건으로 1100만 달러를 받는다. 아직 타이슨의 전성기에는 못 미치지만 프라이드FC 시절에 비해 5배에 달하는 액수다.
백인에다가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 그리고 근육질의 체격. 크로캅은 미국 시장에서 실력 외에도 상품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FC는 크로캅을 간판 스타로 만든 후 향후 ‘60억분의 1’로 불리는 효도르 등 최고의 파이터를 싹쓸이해 세계 격투기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프라이드FC는 지난해 10월 뒤늦게 첫 미국대회를 열고 미국지사의 규모를 대폭 확대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치 세계 2차대전 ‘태평양 전쟁’처럼 처음엔 일본이 기선을 잡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미국이라는 공식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프라이드FC는 UFC에 맞서기 위해 한국이나 유럽 등 제3의 시장 공략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국내에서 첫 프라이드 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프라이드FC의 한국 파트너인 IB스포츠의 김명구 국장은 “크로캅이 나갔지만 효도르, 노게이라 등 아직 경기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프라이드FC가 UFC의 공세에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한국 대회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