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시진, 김재박, 이만수, 장종훈 | ||
현대 김시진 감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포항 출신인 김시진 감독은 83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가 89년 롯데로 이적한 뒤 결국 92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개인 통산 124승, 15승 이상 시즌이 5차례나 될 만큼 독보적인 투수였던 김시진 감독은 그러나 은퇴식을 갖지 못했다. 롯데가 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은퇴식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면서 두 손을 들어버린 것. 김 감독은 “만약 내가 삼성에 계속 있다가 은퇴했으면 그런 식으로 대접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오래 뛴 팀에서 은퇴하고 싶어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LG 김재박 감독도 마찬가지다. 82년부터 91년까지 MBC와 LG에서 뛴 스타였지만 현역 마지막 해인 92년에는 태평양 소속이었다. 당시 LG 쪽에서 김 감독에게 코치 제의를 했는데 현역 생활을 계속 하고 싶었던 김 감독이 태평양행을 택한 것이다. 김 감독은 “태평양에서 은퇴했는데 무슨 은퇴식 같은 거 없이 흐지부지 지나갔다”며 웃었다.
82년부터 97년까지 오로지 삼성에서만 뛴 최고 스타 이만수 SK 수석코치는 구단과 갈등이 심했던 사례다. 선수 시절 막판에 구단은 은퇴를 종용하고 본인은 현역 연장을 주장하면서 사이가 심각하게 나빠졌다. 은퇴식은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은퇴한 이만수 코치는 그 후 미국으로 훌쩍 연수를 떠났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와 SK 코치직을 수락했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와선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항상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몇 해 전 김현욱 코치가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에는 공식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기록의 사나이’였던 한화 장종훈 코치는 비록 현역 막판에 구단과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제대로 대우받고 은퇴식을 치렀다. 2005년 9월 대전구장에서 팬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사인회도 열었으며 5회가 끝난 뒤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행복한 사례였다 .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