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에 이름 석 자를 굵게 남기고 은퇴한 A의 말이다. 어느덧 ‘옛날 선수’가 된 A는 대표팀 기둥으로 활약하던 시절 잘 아는 기자들과의 ‘비공식 인터뷰’에서 변해버린 세태를 한탄했다.
“예전에는 대표팀에 뽑힌 걸 큰 영광으로 알았어요. 계속 대표팀에서 뛰려고 무척 노력했죠. 그런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요. 선발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이 있어요.”
대표팀과의 인연을 스스로 끊어버린 B는 A의 말을 반박한다.
“한·일 월드컵 멤버로만 대표팀이 운영되던 시절에 대표팀에서 나왔어요.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내가 여기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중요한 경기에서는 해외파 선수 위주로 팀이 꾸려지잖아요. 들러리처럼 있긴 싫었습니다. 태극마크 싫어하는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능성 없는 일에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소속팀에 충실하고 싶었습니다.”
B가 ‘승산 없는 게임’에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서 태극마크를 외면했다면 요즘 일부 선수들은 태극마크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대표선수 자리를 지키는 데 굳이 목을 매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한 번도 단 적이 없는 선수들이야 몸값 올리기를 위해 ‘대표팀 승선’을 바라지만 어느 정도 이룰 걸 이룬 선수들은 예전 선수들처럼 대표팀 승선을 바라지 않는다. 유럽축구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월드컵 같은 큰 대회는 예외지만 평범한 대회나 A매치를 위한 대표선발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락거리면서 대표선수의 권위나 희소성이 약해져 태극마크에 대한 설렘이 줄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