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이충희 전 오리온스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12월 26일 오리온스 감독에서 물러난 후 언론과는 첫 만남이었다.
장소는 인기 중견 탤런트인 아내(최란)가 운영하는 방배동의 음식점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두문불출해 안부가 궁금했는데 비교적 좋아 보였다. 최근 미국 유학 중인 쌍둥이 딸이 방학을 이용해 다녀갔고 아이스하키를 하는 아들도 벌써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먼저 근황부터 물었다.
―감독직 사퇴 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나?
▲편한 마음으로 푹 쉬고 있었다. 두문불출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말이 많을 것 같아 농구 쪽하고만 연락을 굳이 취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퇴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컸다.
▲할 말은 많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이미 떠나온 구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토해내면 결국 우리 농구계 현실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개인일 뿐이다. 아무리 구단이 잘못했어도 구단은 계속 남는다. 뭐 농구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문제를 파헤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다. 그렇다면 대신 몇 가지만 확인하겠다. 먼저 자진사퇴인가? 아니면 해임인가?
▲(웃음)왜 뻔한 질문을 하는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몇몇 언론이 잘 쓰지 않았나? 다들 자진사퇴 형식의 해임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자신사퇴와 해임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잔여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전자는 그렇지 못하다. 3년간 3억 원씩 총 9억 원의 계약을 했는데 그중 겨우 7개월만 근무했다. 제법 큰 액수다. 돈은 받았나?
▲받지 않았다.
―그럼 문제가 있다. 보통 감독과 구단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한다고 해도 구단이 잔여연봉의 일정부분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게 관례다.
▲ 시즌 중반까지 출전 못했던 김승현. | ||
인터뷰 후 오리온스 구단에 확인하니 김백호 사무국장은 “잔여연봉 문제는 해결했다. 돈을 줬는데 본인(이충희 전 감독)이 안 받았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감독에게 전화로 다시 물었더니 “나야말로 황당하다. 내가 어떻게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 상대는 법인인데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지 않겠는가”라고 재반박했다. 한쪽은 확실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7년 7개월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7개월 만에 하차했다. 11연패를 포함해 26경기 4승22패, 승률 1할5푼4리였다. 성적부진에 따른 책임감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물론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농구계 전체가 그랬듯이 나도 최소한 이번 시즌을 마친 후 다음 시즌까지는 갈 줄 알았다. 용병이 줄부상을 당했고, 팀의 핵심인 김승현이 부상으로 장기결장하지 않았는가? 다른 팀 감독들이 “제갈공명이 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일례로 내가 퇴진한 날 마침 김승현이 컴백했고, 이후 오리온스는 3승12패를 기록하고 있다.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프로코트를 7년 넘게 떠났다가 컴백했는데 이건 용두사미도 아니고, 뭐 제대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지도자로 지금이 한창 일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여자프로팀도 좋다. 기회가 되면 가능한 빨리 코트로 돌아갈 계획이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