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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우선 오랜만의 공동 생활에 대해 남다른 즐거움을 나타냈다. “훈련의 차이가 크진 않지만 여러 선수들이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는 부분들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감을 전해 준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더욱이 유운겸 전담 감독과 동행한 탓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행진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2007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국민 남동생’으로 급부상했다. 잇단 국제대회에서도 항상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박태환은 높은 인기만큼 이런저런 스캔들, 구설수에도 휘말렸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스캔들 운운하는 소문이나 기사가 나온다고 해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얼마 전 내한한 호주의 수영 영웅 던컨 암스트롱은 “수영 400m에서 박태환을 능가할 만한 경쟁자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암스트롱의 칭찬에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말씀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경쟁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게 박태환을 긴장시키는 배경이다. 베이징올림픽에는 세계적인 수영 선수들이 출전한다. 호주의 그랜트 해켓, 미국의 에릭 벤트, 중국 장린 등 쟁쟁한 선수들과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박태환으로선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부풀릴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서 오랜 만에 재회한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의 몸을 보고 보디빌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파워는 늘어난 반면 지구력을 늘리는 근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태환도 노 감독의 지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유운겸 전담 감독과 협의 하에 노 감독이 지적하는 걸 수용하고 보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뛰어난 실력에다 빼어난 외모를 겸비한 탓에 박태환이 한국에 머물 땐 이런저런 초청 행사와 이벤트, 국가기관의 ‘러브콜’ 등이 만만치 않게 줄을 잇는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몸에 밴 겸손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에 대해 박태환은 “모든 행사와 만남이 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가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훈련 시간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수영 외적인 일에 시간을 낼 수 없다. 그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주위에선 내게 ‘스타’라고 부르는데 난 여전히 스타란 게 뭔지 모르겠다. 내가 수영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질 것이다. 수영이 있기 때문에 박태환이 존재하고 박태환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의 우선 순위는 수영과 훈련이다”라고 어른스런 의견을 피력했다.
단국대 신입생인 박태환은 계속되는 훈련으로 캠퍼스 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공부와 친구와의 만남을 좋아하는 그로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터뷰에서도 “너무 너무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당분간은 올림픽만 생각할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인터뷰 말미에 박태환의 인생 중 ‘최고의 순간’을 꼽아달라고 주문했다. ‘반듯남’ 박태환은 “2006년 아시안게임부터 지금까지 내가 출전한 모든 대회와 기록들이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싶다는 박태환, 나아가 세계 수영의 역사까지 넘보고 있는 그에게 2008년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박태환의 가장 큰 무기는 실력과 기록도 있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너무나 부러워하는 ‘나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순수 청년’의 나이, 이제 불과 열아홉 살이다.
쿠알라룸푸르=이태수 말레이시아 일요신문 기자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