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0일 수원 삼성에 입단한 이천수가 차범근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 ||
1년도 안 돼 복귀한 이천수
지난해 9월 “두 번 실패는 없다. 성공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던 이천수. 하지만 1년도 안 돼 K리그로 복귀했다. 임대료 8억 원에 페예노르트로부터 수원으로 1년간 임대됐다. 연봉은 5억 원.
이천수가 수원 유니폼을 입기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 출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이천수는 시즌 중에 사적인 일로 일시 귀국했다. 페예노르트는 “향수병에 시달리는 선수를 위해 휴가를 줬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불쾌한 표정까지는 감추지 않았다.
삐걱거리던 이천수와 페예노르트의 관계. 결국 이천수를 데려온 베르트 판 마르와이크 감독이 떠나고 헤르트얀 베어벡 신임 감독이 부임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베어벡 감독은 팀을 재편하길 원했고 이천수가 필요 없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2005년 1월에 송종국을 이적료 300만 유로에 수원에 보낸 걸 기억하는 페예노르트는 K리그 구단과의 협상을 원했다. 지난해 이천수의 페예노르트 입단을 이끌었던 이영표의 에이전트사 지쎈의 유럽 파트너 데니스 머레이에게 위임장을 줬다.
머레이가 페예노르트의 위임장을 갖고 접촉한 구단은 수원, 성남, 전북, 울산 등 4개 팀. 하지만 이들은 페예노르트가 원하는 이적료가 300만 유로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표정만 지었다.
K리그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달은 페예노르트는 이적료를 200만 유로로 낮췄지만 반응은 여전히 시원치 않았다.
페예노르트가 자신을 방출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 이천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통역을 해주던 사람을 시켜 J리그 2개 구단과 접촉하는 등 일본 진출을 알아봤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프로팀 제니트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을 맡을 경우 자신을 데려가려 한다는 말을 들으며 프리미어리그 입성의 꿈도 꿨다.
K리그 복귀보다는 외국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했던 이천수.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결국 이천수는 페예노르트가 수원과 임대 협상을 마무리하자 받아들였다.
이천수는 30일 수원 입단 기자회견에서 “유럽 무대 재진출은 아직 잘 모르겠다. 1년간 수원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유럽 진출 생각은 당분간 접겠다”고 말했다.
▲ 이동국도 성남 일화에 복귀해 해외파들의 K리그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 ||
무적 신분에서 뛸 팀을 찾아야 하는 이동국의 처지는 이천수보다 더 절박했다.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와 재계약에 실패했던 이동국은 이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러시아, 일본 등의 팀과 협상했다. 되도록이면 K리그 복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을 100% 만족시킬 만한 외국 구단은 한 군데도 없었다. 결국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던 K리그 유턴을 선택했다.
K리그로 돌아오려고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포항, 수원 등과 협상했는데 소득이 없었다. 다급해진 이동국은 에이전트를 통해 7월 23일 성남 및 대전과 동시에 접촉했다. 마침 이날은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대전전이 열렸다. 이동국의 에이전트는 양 구단 관계자와 번갈아 만나 선수의 요구조건을 전달했다.
이동국은 성남에는 연봉과 각종 수당을 합쳐 10억 원을, 대전에는 6개월 단기계약을 제시하며 추후 이적료 없이 팀을 떠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다급한 건 이동국이었기 때문에 양 구단은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성남은 그 정도 돈을 줄 수 없다고 고개를 돌렸고, 대전은 해외 이적이라면 이적료 없이 보낼 용의가 있지만 대신 연봉 등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구단 뜻대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성남이 이동국보다는 용병 공격수에 더 관심을 보이면서 이동국의 거취는 대전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적시장 마감이 코앞이던 29일 밤, 성남은 고위층의 지시로 이동국 영입에 갑작스럽게 관심을 보였고 결국 다음날 오후, 계약기간 1년 5개월에 영입하기로 확정했다.
‘아버지’의 품으로
이천수와 이동국이라는 ‘대어’의 움직임에 묻힌 감이 있지만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이적은 포항에서 뛰던 권집의 대전행이다.
권집의 대전행은 김호 감독이 대전 사령탑에 앉은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졌다. 권집은 김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던 시절 ‘애제자’로 불리던 선수라 그가 대전에 갈 것이라는 소문이 K리그에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해 전북에 있던 권집이 올해 초 대전이 아닌 포항으로 둥지를 옮기자 그의 대전행 소문은 사라졌다. 하지만 6월부터 권집의 대전행 얘기가 다시 나돌았다. 대전 수비수 김형일이 포항에 가고, 포항 미드필더 권집이 대전에 온다는 맞트레이드 설이었다.
맞트레이드 설은 7월 29일 양 구단이 선수 이적을 발표하면서 현실화됐다. 권집은 이적 직후 “김호 감독님은 나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다. 아무도 권집이란 선수를 눈여겨보지 않던 외롭고 힘든 시기에 큰 힘이 돼주셨던 분”이라며 옛 스승의 품으로 돌아온 데 만족했다.
상생의 맞임대
전북과 포항은 7월 4일 스테보와 신광훈을 맞임대했다. “임대 기간은 2년 6개월이며 두 선수가 임대 기간 중 이적할 시 이적료를 50 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북 스테보의 포항행과 포항 신광훈의 전북행은 완벽한 ‘윈윈(Win-Win) 트레이드’였다. 전북은 조재진 입단 이후 계륵이 된 스테보를 ‘처리’하고 필요했던 오른쪽 풀백 신광훈을 영입한데 환호했다. 포항은 데닐손에게만 의존하던 공격루트가 스테보의 합류로 다양해진 데 만족했다. 올 여름 최고의 합리적인 트레이드였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