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 | ||
야구대표팀은 베이징행 장도에 오르기 전까지 다소 불안해보였던 게 사실이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올시즌 홈런 1위인 김태균(한화)과 방어율 1위 손민한(롯데)이 제외되면서 야구팬들이 의아함을 갖게 됐다. 게다가 주요 멤버들이 전반기 막판 난조를 보이면서 ‘과연 4강 진출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야구대표팀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승승장구했다. 82년 출범 후 27시즌 가까이 쌓아온 한국프로야구의 저력은 알게 모르게 대단한 것이었다.
이대호(롯데)는 대표팀 타선에서 가장 관심 가는 인물이었다. 올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이대호 대신 김태균이 대표팀에 뽑히는 게 맞다. 하지만 대표팀 김경문 감독(두산)은 “1, 2차 예선 때부터 함께 고생했던 선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기준을 제시하며 이대호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대호는 하필 올림픽 최종엔트리 24명이 발표된 7월 중순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7월 한 달간 타율이 2할3푼2리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러자 팬들 사이에선 이대호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야구장에서의 이대호는 이 같은 여론 때문에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다.
8월 13일 미국전. 이대호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8월 16일 일본전에서도 동점 2점 홈런을 쏘아 올려 대역전극의 기폭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다. 이대호가 미국전에서 타석에 나가기 직전, 더그아웃의 투수 송승준이 “너 군대 갈래, 안타 칠래?”라고 외쳤다고 한다. 물론 장난이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묵묵히 그 소리를 들은 이대호가 타석에 나가 곧바로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대호가 동점 투런 홈런을 날려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 ||
소속팀 두산의 순위경쟁만 해도 머리 아픈 김경문 감독이 이번 여름 대표팀을 이끌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본래 김경문 감독은 진중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인데, 또한 ‘팀 케미스트리(팀 융화)’를 굉장히 중시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코칭스태프는 역대 대표팀 중에서도 최상의 분위기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배려심이 돋보이는 일화가 있었다. 대표팀의 김민호 수비코치, 김태형 배터리코치는 일종의 보조코치 역할이다.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 코치를 베이징에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경비 문제나 기타 출입증 문제로 두 코치를 본선에 합류시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은 “무슨 소리인가. 작년 11월부터 대표팀의 훈련을 도왔던 코치들을 정작 본선에 배제시킨다면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함께 데리고 갔으면 한다”는 의견을 KBO에 전달했다. 결국 의견이 받아들여졌고, 김민호 김태형 코치는 베이징에 갈 수 있었다. 대표팀의 김광수 수석코치, 조계현 투수코치, 김기태 타격코치 등 스태프는 “분위기가 최고다”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8월 16일 일본전에서 김경문 감독은 왼손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왼손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내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통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는데, 김현수가 왼손투수에 강하다는 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현수는 역전 적시타를 터뜨려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김경문 스타일’은 이번 대표팀의 특징이자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번 대표팀의 최종 성적은 굉장히 중요하다. 프로야구 후반기 흥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최소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8월 26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팬들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