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F는 김미현은 물론 이미나와도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위 사진은 2005년 말 재계약 때 조영주 전 KTF 사장과 김미현 선수. | ||
김미현은 9월 중순 미국으로 떠났다. 내심 깜짝 우승을 유도스타인 새신랑에게 결혼선물로 전하기 위해서다. 김미현은 지난 2년간 한국선수 중 최고의 성적(상금랭킹 기준)을 거뒀지만 올 시즌 무릎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문제는 김미현이 출국한 후 터졌다. KTF 스포츠단의 담당직원이 김미현의 부친 김정길 씨를 찾아와 “회사에서 최근 납품비리 문제 등으로 골프단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만 9년 동안 KTF와 좋은 인연을 맺어온 김 씨는 “최고 경영자의 공백 상태에서 전혀 무관한 골프에 대한 지원을 갑자기 줄이는 게 좀 심하지 않느냐”며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KTF는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KTF 내부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조영주 전 KTF 사장의 구속 이후 KTF 내부에서 예산 관련 임원회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KTF의 비리의혹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에 대한 절감을 논의했고 ‘가장 손쉬운’ 골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골프팀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이 섰다는 것이다. 이후 이런 내용이 김정길 씨에게 전달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KTF가 운영하는 스포츠단에는 1999년 김미현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꾸려지기 시작한 골프팀, 2003년 11월 골드뱅크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부산 KTF매직윙스 프로농구단, 그리고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인 매직엔스 프로게임단 등 3종목이 있다.
이에 대해 KTF 스포츠단의 정선재 과장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골프팀 운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임 사장 인선이 아직 끝나지 않은 까닭에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 10월 중순이나 11월이 돼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농구나 e스포츠는 해체나 매각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 사정으로 스포츠에 대한 후원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붓는 거대 기업이 스포츠와 전혀 무관한 일로 스포츠팀 후원을 거둬들이는 일은 문제가 있다. 여자골프계는 현재 ‘간판’ 박세리가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등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골프계에서 발을 빼려는 이번 KTF의 방침에 분개하는 여론이 높다. 여자골프계의 한 중진은 “KTF와 김미현의 스폰서십은 가장 모범적인 선례로 남아 있다. 지난 10년간 김미현 하면 곧 KTF일 정도였다. 도대체 이번 KTF 비리와 골프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김미현은 KTF 스포츠의 상징이었다. 1999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LPGA 신인상을 받은 ‘감동의 슈퍼땅콩 신화’가 큰 화제가 됐고, KTF도 이때 김미현과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스포츠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KTF도 ‘김미현 효과’에 힘입어 김주연 이미나 등을 추가로 영입했고, 국내 2부 투어를 후원하는 등 골프발전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김미현은 아직 ‘KTF의 골프팀 포기’ 방침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선물 대신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게 될 김미현의 사정이 딱하기만 하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