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1월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조인식에서 이장석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 ||
그러나 <일요신문>서 취재 결과 당시 언론을 통해 센테니얼의 메인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 레이니어그룹의 홍성은 회장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박성일 고문(현재 히어로즈 구단주대행)은 지금까지 히어로즈에 단 한 푼도 돈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던 홍성은 회장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그리고 히어로즈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야구인들을 통해 센테니얼의 실체에 접근해 봤다.
지난 14일,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홍성은 회장과 전화 연결이 이뤄졌다. 홍 회장은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센테니얼의 가장 유력한 ‘돈줄’로 알려졌기 때문에 평소 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지만 연락처를 알기가 어려웠다. 지난 10월 초 기자가 시애틀 출장 중에 우연히 홍 회장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가운데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다.
먼저 기자의 전화를 받은 홍 회장은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었고 특히 지난 2월 홍 회장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3개 광구 유전개발권과 통신 설비 등 총 170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권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었다.
홍 회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히어로즈, 아니 센테니얼과 홍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홍 회장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나와 히어로즈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국의 프로야구단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히어로즈 창단 초기에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건 알았지만 그때뿐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나?”
홍 회장은 히어로즈는 물론 센테니얼에도 돈 한 푼 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와 홍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홍 회장은 “이 대표와는 비즈니스 관계로 알게 된 사이다. 이 대표의 부모님이 고위관직에서 일하셨고 재력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젊은 나이에 야구단 사업을 한다고 뛰어들었는데 어려움이 많은 만큼 기자들이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의하면 홍 회장은 올시즌 초 사업차 귀국했을 때 목동야구장에서 이장석 대표를 만나 환담을 나눴고 지인들과 VIP실에서 경기를 관람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홍 회장의 둘째 아들인 홍준석 씨가 현재 히어로즈 구단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홍 회장이 히어로즈와 관계가 없다고 강변하는 부분에선 설득력을 잃는다.
▲ 홍성은 회장(왼쪽), 박성일 고문. | ||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100% 뒤집었다.
“홍성은 회장이나 박성일 고문은 센테니얼의 투자자들이 아니었다. 창단 초기 언론에서 그렇게 묘사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들이라 일일이 반박하진 않았다. 홍 회장과 박 고문은 내 정신적인 ‘멘토’라고 할 수 있다.”
히어로즈 창단 전후로 센테니얼의 실체에 대해 숱한 의혹의 시선을 받았던 이 대표로선 자의든 타의든 센테니얼의 ‘돈줄’로 유력한 경제인이나 기업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굳이 부인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시각이다. 센테니얼이란 회사를 히어로즈의 남궁종환 이사와 함께 5000만 원을 들여 설립한 뒤 자금 기반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 대표로선 센테니얼의 배후에 든든한 자금력이 있다는 시선들이 오히려 야구단 운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에 의하면 센테니얼이라는 회사는 현재 히어로즈야구단에 편입돼 그나마도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메인타이틀 스폰서였던 우리담배에서 지원받은 돈 외에 구단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이 됐던 것일까. 이 대표는 80억 원 정도를 자비로, 즉 개인 돈으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담배에선 50억 원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동안 총 130억 원이 지출됐는데 그중에서 80억 원은 내 사비를 턴 것이다. 자금 확보는 큰 문제가 없다. 우리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선 메인 스폰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해외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까지 접촉하고 있고 늦어도 올해 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12월에 납부하기로 한 가입금 24억 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올해는 선수들 연봉을 대폭 올려줄 예정이다. 좋은 성적을 냈거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최대한 대우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박노준 전 단장이 나가면서 공석이 된 단장 자리에 대해선 “당분간 단장 자리는 비워둘 예정이다. 대신 나와 임원들이 구단 일에 직접 참여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메인 스폰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 물었다.
“어느 사업이든 하다가 안 되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한 만큼 성공해야 되지 않겠나. 올해 안으로 스폰서 문제를 반드시 매듭지을 것이니 지켜봐 달라.”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