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박지은 9단과 송태곤 9단. (아래) 최철한 9단과 윤지희 2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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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프로-아마 오픈이며, 남녀 혼성이다. 남자 프로와 여자 프로, 남자 프로와 여자 아마, 여자 프로와 남자 아마가 한 팀을 이루어 모두 55개 팀이 출전했다. 스승과 제자, 부부, 연인, 친구 등 팀의 색깔도 다양했다.
권갑용 7단-하호정 3단은 사제지간. 권 7단의 딸인 권효진 5단은 중국인 남편 위에량 5단과 짝을 이뤄 출전했다. 그런가 하면 루이나이웨이 9단은 남편 장주주 9단 대신 루이-장 부부가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앞장서 도와준, 평생의 은인 차민수 4단을 파트너로 택했다.
당연히 남녀 모두 프로인 팀이 우세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뚜껑을 열어 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16강전에 오른 팀 가운데 프로-프로가 6팀, 프로-아마가 10팀으로 프로-아마 혼성 팀이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 8강전에는 프로-프로가 5팀, 프로-아마가 3팀 올라가 비로소 프로의 우세로 ‘형세’가 역전됐다.
이성재 9단-이영신 4단, 안조영 9단-김은선 3단, 최철한 9단-윤지희 2단, 송태곤 9단-박지은 9단, 윤준상 7단-고주연 2단 팀은 남녀 프로, 안달훈 8단과 박한솔, 최기호 3단과 김수영, 한웅규 2단과 이유진은 남자 프로-여자 아마팀.
객관적 전력으로 볼 때는 두 사람 모두 타이틀 홀더의 경력을 갖고 있는 송태곤-박지은 팀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그러나 복식 경기에서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안조영-김은선, 최철한-윤지희 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김은선 3단이나 윤지희 2단이 여류 중에서는 강완으로 꼽히는 실력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 결과와는 별도로 엇비슷한 나이의 이들 청춘 남녀들이 과연 어떤 사이냐 하는 것이 바둑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친구냐 연인이냐. 최철한-윤지희 커플은 친구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공개된 사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송태곤-박지은도 평소부터 “우리는 친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이.
물론 좀 조심스러운 얘기이기도 하다. 프로 바둑이라는 좁은 동네에서 매일 마주치는데, 비슷한 또래라면 친구가 안 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프로기사라는 것은 그 장단점, 애환과 고충 등을 일반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직업. 일반적인 이해의 폭이 넓지 않은 만큼 동네 안에서 끼리끼리, 서로서로 이해하는 폭은 깊고 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유창혁 9단이 대회를 후원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사항. 공식적으로 ‘유창혁 도장 후원’이다. 유 9단은 현재 최규병 9단과 함께 경기도 성남의 분당에서 바둑도장을 열고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바둑도장’은 ‘바둑교실’과는 조금 다르다. 도장은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기재들을 가르친다.
유 9단은 지난 5월, 운영과 진행방식에서 기존 프로기전과 전면적 차별화를 선언하며 화제를 모았던 BC카드배 세계대회 출범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한 사람. 40대로 접어들면서 스스로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하는 한편 바둑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 9단은 현재 한국기원 상임이사이기도 하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