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 라면을 아주 좋아하는데 라면을 먹으려다가도 아내가 해놓은 정성들을 보면 밥을 해서 먹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출산일이 다가와서 몸이 무거운 상태에서도 남편을 걱정하며 며칠동안 부산을 떨었을 아내를 생각하니까 전 정말 장가를 잘 간 놈이고 아내는 저 같은 놈 만나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한다는 미안함이 물밀 듯합니다. 둘째가 태어나는 날에는 3일간 팀에 특별 휴가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항상 같이 있어주지는 못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날만이라도 아내 옆에서 출산의 고통을 같이 느껴보려고 해요.
운동 선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고 멋있지가 않습니다. 특히 남편에게 뭔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 없는 생활들은 외국에 나와 있는 아내일 경우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결혼해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이건 제가 잘해서가 아닙니다. 아내의 넓은 이해심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들이었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이런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와 관련된 기사였는데 ‘홈런 없이는 팀의 중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기사였을지는 예상이 됩니다. 전 이번 시즌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타임 메이저리그입니다. 홈런도 많이 치고 안타도 늘리고 삼진도 적게 먹으면 너무 좋겠지만 솔직히 전 메이저리그에서 매일같이 3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입니다. 제가 홈런 타자인가요? 물론 파워는 있습니다. 파워가 있기 때문에 잘 맞으면 홈런이 될 수 있겠죠. 또한 종종 홈런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즉 홈런이 제 야구인생에 ‘숙제’는 아니란 말입니다.
홈런을 많이 치면 안타가 부족하다고 뭐라 하고 삼진을 많이 먹으면 너무 홈런에 욕심내지 말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 그 분들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충고에 일일이 대응할 마음도, 또 그 지적들을 마음에 담고 싶지 않습니다. 안타 신기록을 이어가는 이치로한테는 왜 홈런을 안 치느냐고 말하지 않을까요? 이치로가 홈런이 적어서 팀의 중심 타자 역할을 못하고 있나요? 다 잘할 수 있는 선수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하루에 안타 한 개 치기도 힘든 게 메이저리그의 현실입니다. 풀타임 메이저리그 1년차인 저로선 과분한 욕심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조금씩 제 위치를 올려 놓는 게 바람직한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카코화이트삭스 원정 경기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