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렇고 치훈이 형도 저한테 서운한 게 있었을 거예요. 마무리가 좋지 않았으니까요. 모든 건 제 탓이겠죠. 제가 야구를 잘했더라면 이렇게 헤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 위해주면서 이전처럼 형, 동생하며 살았겠죠. 그 형한테 고마운 부분도 많아요. 자신의 선수를 인간적으로 대해줬고 부상을 당했을 때나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애썼거든요. 각자의 입장이 있다보니까 얘기가 깊게 들어가면 이런저런 하소연들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이치훈 사장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갖고 있으려고 합니다.”
언어 문제나 편안함 때문에 한국인 에이전트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미국인 에이전트와 일을 하고 보니까 그 섬세함과 배려, 구단 사정을 꿰뚫는 시각 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도 파워가 중요하더라고요. 한국처럼 ‘라인’이 있는 것도 같고요. 엘런 네로 씨가 왕첸밍, 조지마, 그리고 신수 형 말고도 빅터 마르티네스 등을 데리고 있거든요. 탬파베이의 조 매든 감독도 같은 소속이고요. 소속 선수들 중 가장 별 볼 일 없고 돈도 안 되는 저한테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줘요. 사람을 감동시킬 줄 알더라고요.”
류제국한테 추신수는 절대적인 은인이다. 에이전트 문제까지 해결해준 추신수와 자주 통화하느냐고 묻자, 류제국은 “어휴, 전화 잘 못해요. 지금 한창 시즌 중인 데다 신수 형도 고생 많이 하고 있는데 제 전화가 힘이 되기보다는 더 부담스러울 거예요. 곧 나올 둘째 아이 때문에 애리조나로 온다고 하니까 그때 한 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라며 추신수에 대한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한다. 사람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류제국이었다.
애리조나=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