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병주 전 대구 FC 감독 | ||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이 유 아무개 에이전트하고만 거래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다른 에이전트들이 용병을 팔려고 접근을 해도 변 감독은 그 용병들에 대해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더욱이 변 감독이 부임 전에 대구 FC와 주로 거래했던 에이전트 측 입장에선 변 감독이 유 에이전트하고만 거래를 하는 부분에 대해 큰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변 감독이 조금만 욕심을 버렸더라면 사건이 이렇게 확대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이전트 A 씨는 감독이 유독 한 에이전트하고만 일하기를 고집한다면 대부분 에이전트와 은밀한 거래가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변병주 감독은 지난 11월 26일 구속된 유 아무개 에이전트하고만 용병 일을 진행했다. 자신이 부임하기 전에 구단이 거래했던 에이전트 B 씨가 있었지만 변 감독은 B 씨가 추천하는 용병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에이전트들 사이에선 서로 담당하는 구단이 따로 있다고 한다. 구단이나 감독들도 특정 에이전트하고만 거래를 하려고 한다. 이러다보니 자신의 ‘구역’이 아닌 다른 팀에 용병을 들여보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5년 전 <일요신문>에서는 프로축구 용병비리 내막을 단독 보도(2004년 8월 1일자, 637호)하면서 K리그에 만연돼 있는 에이전트와 구단 직원들의 유착 관계에 대해 집중 취재한 바 있다. 헐값의 용병 선수를 임대해와 몸값을 부풀리거나 이적료, 임대료, 수수료를 나눠먹는 수법으로 이뤄진 비리가 검찰 수사에 의해 밝혀지면서 구단 사무국장과 에이전트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대형 사건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때 구속됐거나 조사 대상으로 지목됐던 에이전트들이 지금도 대부분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 중 한 에이전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시스템 자체가 변해도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는 한, 에이전트와 구단이나 감독과의 유착 관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5년 전 용병 비리 사건 이후 축구계 전체가 정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검은 돈들이 오고 갔고, 그 당시에도 용병 비리와 관련해 뿌리까지 파헤치려는 검찰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에이전트 C 씨는 이런 충격적인 내용도 털어 놓았다. “지금 프로팀 감독 중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날 감독이 몇 명이나 되겠나. 용병 영입과 관련해 결백한 감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들은 혼자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지만 에이전트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감독들 이름이 거론된다. 항상 그래왔듯이 ‘변병주 사태’도 분명 감독과 에이전트만 구속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다. 뿌리가 뽑히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에이전트와 감독 또는 구단과 검은 돈이 오가는 일들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변병주 감독을 구속 수사 중인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권정훈)는 11일, 기자의 확인 전화에 “현재 수사 중인 내용을 말해줄 수가 없다”면서 “12월 14일쯤 공식적인 수사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라고만 밝혔다.
한편 다른 에이전트 D 씨는 특정 에이전트만을 통해 용병을 뽑아 놓고 실력이 안 된다고 퇴출시키는 감독들 행태에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현역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E 감독은 자기가 뽑은 용병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졌다. 비록 에이전트와 비밀 거래를 통해 용병을 뽑았다고 해도 그 용병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엔 어떻게 해서든 좋은 용병으로 만들어 놓았다. 돈은 돈대로 받고, 용병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내치는 감독을 볼 땐 구단 고위층에 몰래 제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한편 ‘변병주 사태’가 일어나면서 축구계에는 또 다른 감독 F의 이름이 조심스레 거론됐다. F 감독이 거래한 에이전트를 통해 영입한 두 명의 용병 중 한 명이 형편없는 수준의 축구를 선보이자 몸값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F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용병 영입과 관련해 단 10원이라도 받았다면 사람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에이전트들이 접촉해 온다. 하지만 그 에이전트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의 자질이다. 어차피 선수 잘못 뽑으면 감독만 욕 먹는다. 돈 1억~2억 원 때문에 명예를 더럽힐 짓을 하겠나. 만약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눈먼 돈’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비밀은 없는 법이다. 감독 오래하고 싶다면 절대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F 감독은 자신과 관련해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구단 고위관계자를 통해 한 에이전트가 용병을 소개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실력이 별로였다. 그래서 다른 에이전트와 계약을 했다. 그 다음부터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녔다. 구단에 투서까지 한 걸로 알고 있다. 내가 계약한 에이전트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문제가 있는 감독도 있겠지만 자신이 추천한 용병과 계약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비리 감독으로 몰고 가며 소문을 퍼트리는 에이전트들도 문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