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박남춘 의원실
경찰 측이 사인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부검을 강행하려 한 것인지, 병원 측으로부터 사망진단서 내용을 미리 파악한 것인지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전행정위원회 간사, 인천남동갑)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로경찰서는 고 백남기 농민 사망 당일인 9월 25일 14시 49분 28초에 서울대병원 측에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발송한다.
내용은 ‘변사자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등의 진술조서’와 ‘변사자 백남기 농민 관련 진료기록 일체’에 대한 자료인데 수사의 증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유가족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시각은 25일 13시 58분 경이며, 이로부터 한시간 이내에 유가족은 병원측으로부터 사망진단서를 받았다고 한다. 유가족은 이 사망진단서를 검시가 이루어진 저녁 6시까지 외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종로서가 서울대병원에 공문을 보낸 시점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며, 이 때문에 변사인지 여부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이다. ‘변사’ 란 자연사 이외에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변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망진단에 대한 확인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경찰청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다음날인 26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의 변사사건처리규정에 따르면 변사자라 할지라도 범죄에 기인된 여부가 불명확하거나 사인불명 등 부검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부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사망원인이 명확하거나 범죄사실이 특정되어 고의 또는 과실에 기인한 변사자의 경우 즉, 백남기 농민과 같은 경우는 검시로 마무리할 수 있다.
게다가 부검의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망원인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고, 사망원인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청이 ‘변사’라고 공문을 보낸 시점은 유가족만 사망원인을 알고 있었던 시점이기에 경찰이 병원 측과 사전에 사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사망경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부검을 시도하려고 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
박남춘 의원은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이 물대포에 의한 직사인 것은 너무도 명확함에도 처음부터 변사로 규정하여 부검을 강행하려한 경찰의 의도가 드러났다.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경찰의 부검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