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정 전 의원은 왜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으로 소련의 심장부 모스크바로 잠입했나부터 YS의 특명으로 김일성을 만나게 되어 있었던 밀사로서의 비밀, 그리고 김정일의 요청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되어 있었지만 그 모두를 거부했던 비밀들을 털어놓았다.
정 전 의원의 북방외교는 곡절 끝에 1989년 3월 불가리아 소피아를 통해 모스크바로 들어가 러시아의 최고 두뇌기관인 이메모(IMEMO)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정 전 의원이 받은 첫 질문은 “당신 누구요?”였다. 이에 정 전 의원은 “나는 한국에서 야당인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를 모시고 있다. 목적은 이웃끼리 잘 지내자고 왔다”는, ‘웃기는’ 말로 시작해 결국 YS 초청장 발송을 약속받는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마르티노프 박사는 ‘20세기에 남한과 소련의 관계사는 바로 정 의원과 이때 이루어진 접촉이 효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이때의 교섭이 드디어 1990년에 한·소 수교라는 대망의 결실을 가져온 것’이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저자 이호 씨는 “고종의 특사로 민영환 공사가 소련을 방문한 이후 1세기에 가깝도록 단절된 한국과 소련 간의 외교단절을 정 의원이 평생 주장해온 ‘의원외교’로 담장을 허물어낸 기록을 엮었다”고 밝혔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