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구조에서는 촬영이 끝난 작품일수록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개를 미루면 투자 회수가 지연되고, 강행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동시 공개가 일반화되면서 하나의 이슈가 전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출연자 한 명의 리스크가 작품 일정은 물론, 수익 구조 전반까지 좌우하는 구조가 전례 없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차은우가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대중들의 날선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후 중복 과세된 금액을 제외하고 최종 추징금 130억 원을 전액 납부하며 절차적인 측면에서의 논란은 정리한 상태다.
차은우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는 예정대로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불거진 때부터 일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플랫폼과 제작사 모두 별도의 편집이나 변경 없이 오는 5월 15일 공개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홍보 역시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면서 논란을 안은 채 작품만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다만 세금 문제가 일단락됐다 하더라도 이미지 타격이 있었던 만큼 대중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현은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서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플랫폼인 디즈니+는 올해도 '넉오프'를 편성하지 않았다. 주연 배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련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민·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단기간 내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공개 시점 역시 계속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tvN '두 번째 시그널'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두 번째 시그널'은 2016년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던 '시그널'의 시즌 2로, tvN 20주년을 맞아 제작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 원년 멤버의 재결합과 함께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되며 일찌감치 대작으로 분류됐지만, 공개만 남겨 둔 상황에서 조진웅의 과거 청소년 시절 범죄 논란이 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문제를 일으킨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했어도 작품의 핵심 인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를 단순하게 편집하거나 수정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tvN 측은 "'두 번째 시그널'은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관계자들이 함께한 작품"이라며 "'시그널'이 가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품과 시청자 여러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현재까지도 방송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스타 캐스팅이 가진 양면성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지도 높은 배우를 기용할수록 투자 유치와 홍보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프로젝트 전체가 특정 인물에게 종속되는 구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사례들처럼 주연 배우 한 명의 변수로 수백억 원 규모 작품의 일정이 흔들리는 일이 이어지면서 캐스팅 전략 자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 드라마 제작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우 출연 계약서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작품에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을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사후 책임을 묻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요즘처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동시 공개되는 구조에서는 그걸로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미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황에서 배우의 문제로 공개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그 피해는 단순히 위약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며 "출연자 리스크를 사전에 완전히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향후에는 제작 방식이나 계약 구조 등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와 배상 등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