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확장성, 安=전국 지지율이 핵심 관건
27일 오후 광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0.2% 득표율을 보이며 1위로 발표되자 두 팔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7일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과반은 물론 60%를 넘는 득표율로 압승하면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다.
문 전 대표는 호남경선에서 60.2%의 득표율로 20.0%의 안희정 충남지사, 19.4%의 이재명 성남시장을 큰 표차로 제쳤다.
이로써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에 한 발짝 다가섰다. 특히 야권 심장부인 호남 경선만 놓고 보면 원투 펀치인 2야(野)간 대결은 ‘문재인’과 ‘안철수’ 2야 대마들의 조기 대결 구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남경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과반 득표 여부·2위를 어떤 후보가 하느냐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민주당 경선의 흐름을 좌우할 동력이 이날 호남경선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아 결선투표를 가지 않으며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나 안희정 후보가 선전할 경우 문 후보에 대한 호남 비토정서가 확인된 것으로 판단돼 향후 민주당 경선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문 전 대표의 첫 경선 압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고 대세론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 민심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보수와 야권 주자들을 통틀어 압도적인 지지율 선두를 유지한 문 전 대표를 확실한 정권교체 카드로 인식한 것이다.
이른바 ‘대세론’ 밀어주기다. 될 만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호남 특유의 ‘전략적 투표’ 경향이 작동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호남 고유의 전략적인 투표 성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두 차례의 보수정권 속에서 소외감을 느낀 호남 민심을 향해 ‘호남이 밀어줘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구호를 지속적으로 외친 것이 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25∼26일 국민의당 호남·제주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64.6%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준 것과 같은 의미다.
대세론과 함께 문재인 캠프의 조직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번 승리는 당원과 20∼30대 젊은층, 진보 진영의 콘크리트 지지, 각각 48%와 46%의 지지율(한국갤럽 3월 셋째 주)을 몰아준 학생층과 화이트칼라층이 디딤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호남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안 지사와 이 시장 입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두 후보 모두 호남에서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10% 이내로 좁혀서 바람을 탄 뒤 결선투표까지 끌고가 막판 대역전을 노렸지만, 초반부터 구상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중도보수층을 흡수하며 전국적인 지지도를 보인 안 지사 역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에는 한계를 지녔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강력한 경쟁자였음에도 문 전 대표로의 쏠림 현상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결과로 ‘대세론’이 확인된 만큼 새로운 역전 승부수를 세워야 하는 등 전략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안희정 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큰 득표 차이를 보이지 않아 향후 경선에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상당 부분 약화한 것도 승인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 직전 분당(分黨) 사태로 문 전 대표를 향한 반감이 호남에서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문 전 대표에 반기를 들고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호남을 휩쓴 반면, 문 전 대표의 민주당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며 참패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해서 호남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대탕평인사 공약 등 호남을 겨냥한 읍소에 민심이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주 호남을 찾아 바닥 민심을 훑은 김정숙 여사의 보이지 않는 내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압승을 반문정서 완화로 받아들이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경선에 열성적인 문 전 대표 지지층이 경선 가늠자인 호남에 대거 몰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날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가 일찌감치 구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심장부인 호남 경선만 놓고 보면 올 대선 호남의 선택은 ‘문재인’과 ‘안철수’ 대마들의 전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25일 광주·전남·제주, 26일 전북에서 열린 국민의당 호남권 경선에서는 압승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전국 지지도를 얼마만큼 끌어 올리느냐, 문재인 후보가 얼마만큼 확장성을 보여주느냐가 최종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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