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발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지난 7월 5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권영진 시장(좌)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장 실장은 이 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추경안에 대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대구시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대구시가 법정 시한을 넘기고 막판 진통 끝에 통과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만큼 우여곡절 끝에 국비 3조원 목표에 턱걸이 했다. 대구시는 SOC예산 대폭 삭감, 복지 및 일자리예산 증가란 문재인 정부의 정책변화에도 9년 연속 국비 3조원 확보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9년 연속 국비 3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권영진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지난 김범일 전 시장이 비약적으로 열어 놓은 국비 3조원 시대에서도 퇴행했다는 꼬리표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국비 3조43억원을 확보했지만, 김범일 전 시장이 국비 3조원 시대를 연 첫 해 3조566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민선6기를 마감하게 된다.
국비 3조원 시대를 연 것은 김범일 전 시장의 재선 시기인 민선5기 첫 해 2010년이다. 앞선 2008년과 2009년 국비가 각각 9677억원과 1조6168억원에 머물러 있었던 점을 보면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이보다 앞선 2006년 대구시 국비지원 규모는 6000억원에 불과했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정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중앙부처와 국회를 수도 없이 오가는 노력 끝에 2008년 1조원을 넘어섰고, 2010년 마침내 국비 3조원 시대를 열었다.
권영진 시장이 여야가 바뀐 상황과 정부 정책기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비 3조원대를 지켜 내 선방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치로 보면 권 시장 자신의 민선 6기 첫 해 국비 3조1293억원에서도 많이 후퇴했다. 권 시장의 지난 국비 확보 내역을 보면, 2014년 3조1293억원에서 2015·2016년 각각 3조2247억원에서 3조3432억원으로 증가하는 듯 했으나, 올해 3조1584억원에서 내년 3조43억원으로 급감하면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당초 정부안 보다 1158억원이 증액된 3조 4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내년 국비 확보에서 대구시가 전통산업도시에서 물·의료·에너지·미래형자동차·IoT 등 미래 성장동력인 친환경 첨단산업도시로의 전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청
대구시의 주요 국비확보 내역을 보면 , 2013년 조성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국제 첨단의료 연구개발(R&D) 허브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한국뇌연구원 운영에 269억원, 한국뇌연구원 2단계 건립 설계비 7억5000만원, 의료기술시험훈련원 설립 50억원, 첨단임상시험센터 건립 90억원 등이 반영됐다.
또 국가산단 블록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에 62억원, 1t급 경상용 전기자동차 개발사업 38억원 등 미래에너지 자족도시,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 구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이어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에 50억원, 청년창업펀드 조성 48억원, 대구순환고속도로 건설 579억원, 도시철도 1호선 하양연장 건설 180억원 등이 반영돼 서민경제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안전 확보와 녹색환경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에 25억원, 위험도로 구조개선 21억원, 도시재생 뉴딜사업 70억원, 신천 생태하천 복원 11억원 등이 각각 반영됐다.국제 제 물산업 허브도시 육성을 위한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비는 3억원을 확보했다. 특히, 숙원사업이었던 옛 경북도청 부지에 문화·행정·경제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경북도청 이전터 개발사업을 위한 부지 매입비는 당초 1000억원을 신청했으나 정부안에 반영되지 못했다가 211억원이 반영되면서 가까스로 사업의 불씨를 살려냈다.
내년 정부 SOC예산은 19조원 규모로 당초 정부 예산안 17조7000억원 보다는 이례적으로 1조3000억원 정도 크게 늘었지만, 정부 예산안이 워낙 작다 보니 올해 21조 8000억원 보다 14% 줄어든 점이 SOC예산 의존도가 높은 대구경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경북도는 당초 국비확보 목표가 11조였지만 이에 미달한 10조3656억원을 확보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대구시는 지난 민선 6기 동안 국비지원 규모를 확장하지 못하고 3조원 시대에 머물면서, 수치상으로도 후퇴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한 정치권 인사는 “국고보조금은 양 날의 칼과 같다”면서, “국비를 많이 확보하면 재정에 도움이 되지만, 매칭해서 투자해야 하는 지방비 부담을 증가시켜 지방정부가 자체 사업을 추진할 여력을 소진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재정투자가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에서 국비확보는 대단히 중요하며, 국가가 재원의 배분권을 가진 상황에서 국비지원을 늘리는 것은 지자체의 핵심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설명했다.
대구시가 이번 국비확보를 통해 전통산업도시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친환경 첨단산업도시로의 전환에 탄력이 받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권영진 시장의 최대 핵심 과제이자 올 연말 확정 공고 예정인 ‘2030대구도시기본계획안’의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추진과 관련, 연계 강화를 위한 조야∼동명 광역도로 9.7㎞ 추진과 공항철도 신설 등 사업에 대한 얘기가 쑥 들어 간 것은 국비확보의 중요성을 잘 반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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