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측, 진상규명만 내세울 뿐… ‘피해자 구제·가해자 처벌’ 등은 전무
[포항=일요신문] 임병섭 남경원 기자 = 대구·경북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경북대와 영남대의 페이스북 대나무숲에서는 교수 또는 선배로부터 성폭행 등을 당했다는 생생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젠 포항공대 여교수에 이어 남학생까지 잇따라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글이 올라와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대학가 미투 폭로에도 대학측의 별다른 대안책을 내놓지 않아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일요신문 DB)
지난 27일 포항공대 재학생 A씨는 익명 게시판을 통해 여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작년 1학기 기말고사 전에 효자시장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술집 앞에 잠깐 모여 숙소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여자 선배가 갑자기 저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얼굴을 잡더리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으려고 해 깜짝 놀라 얼굴을 밀치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 뒤 일행과 길에 앉아 있는데 그 여자가 제 옆에 앉길래 취해서 잠든 척 옆에 있던 형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데 여자가 제 옷 속에 손을 집어넣고 등을 쓰다듬었다”고 했다.
앞서 하루전인 26일에는 포항공대의 한 여교수 B씨가 교내 통신망을 통해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동료’라는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 인바 있다.
여교수 B씨는 “2015년 봄 C교수에게서 정치적 권력을 가진 분이 포항에 왔으니 ‘예쁘게 하고 저녁식사 자리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C교수의 지인이라는 D씨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바꿔줬고 전화를 끊고 폭탄주를 몇 잔 돌려 마신 뒤 C교수가 ‘평소엔 안 그러더니 치마가 이게 뭐야 촌스럽게’라며 핀잔을 줬다”며 불쾌감을 토해냈다.
이어 “식당을 나와 택시를 타고 오는데 고위공무원 D씨가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에 손을 빼려고 하니 D씨의 손이 제 허벅지 부위로 제 손을 따라왔는데 마침 목적지에 도착해 황급히 택시에서 내려 더 이상 추행은 피할 수 있었다”면서 “화를 내려고 했지만 C교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고 D씨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술에 취한 상태”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같은 미투운동에도 대학측은 특별한 대안책이 없다는 것이다.
포스텍측은 대학 차원에서 즉각 조사에 들어가 진상을 규명한다는 외부입장만 내세울 뿐 피해자 구제 및 가해자 처벌 등의 내용은 사실상 전무하다. 피해경험을 신고할만한 열린 창고를 확대해 성폭력에 대해 엄폐시키고 덮어버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이같은 성추행 내용들이 익명의 SNS 또는 학교게시판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그만큼 피해 경험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상담·제보창고가 미흡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투운동과 관련해 대학측은 열린 상담·제보창고를 확대하고 피해자 구제 및 가해자 처벌 그리고 성평등 교육 등 성평등과 관련한 장치를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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