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열린 ‘메이드 위드 기라델리’ 행사 당시 모습.
[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해외 통상거래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3대 초콜릿으로 유명한 카페 재료업체 기라델리의 국내 공급사인 (주)성유엔터프라이즈(성유)는 최근 미국 본사의 수출 대행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급 해지를 통보받았다.
성유는 무려 13년간 한국 총판과 동일한 자격으로 기라델리 제품을 국내에 유통해 카페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기라델리 수출대행업체로부터 정식 한국총판이 정해졌다는 연락과 함께 즉각적인 거래 종료를 통보받았다, 그동안 쌓은 거래처들과의 신뢰가 무너지고 회사 존속이 위태한 지경에 처한 것이다.
일방적인 통보의 피해를 입은 건 비단 성유뿐만이 아니다. 지역 중소 유통업체와 카페를 운영해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아가고 있는 소상공인들도 물량 수급에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이는 단순한 물량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는 약 12조원이며, 그 중 커피 재료의 시장은 약 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커피재료 시장에 핵심적인 요소인 기라델리의 제품은 국내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재료다.
13년간 기라델리 제품을 취급해온 성유는 기존 영업거래선들과 MOQ(최소발주량) 계약 형태로 운영해 왔다.
그런 가운데 거래 조정 기간도 없이 갑작스럽고 즉각적인 거래 종료가 발생했다. 성유 관계자는 “수도권은 물론, 지역 중소 유통업체 및 소상공인 카페에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암담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제품의 국내 공급을 위한 선적·하역·통관 등의 절차는 약 2개월이 소요되며 기라델리 본사 측에서 선정한 신규 업체와의 거래를 위해서는 가격, 공급방식 등 중소유통사들이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실질적인 거래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영남권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기라델리 제품을 유통하고 자체 프랜차이즈를 통해 기라델리 재료 베이스의 음료를 판매하는 (주)더 관계자는 “미국본사의 일방적인 갑질 행위로 인해 재료 수급 및 음료 제조 부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돼 안정적인 공급 대안 또는 이에 상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발생할 피해에 대한 보상청구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 당사자들 간의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걸 악용한 한국 시장 길들이기 차원이며, 이 피해는 오롯이 하도급 업체가 다 받는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기라델리 수출대행업체의 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유 측은 이 업체가 자신들이 이미 주문한 170만 달러치의 물량을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신규 한국 총판업체에 공급을 배정키로 했다고 울분을 표했다.
성유 관계자는 “공급을 약속한 유통사와 카페업체들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연쇄 피해 발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성유는 수출대행업체는 물론, 기라델리와 자신들과의 오랜 거래 관계를 알면서도 한국총판 계약을 체결한 국내유통사를 상대로 수입금지와 손해배상, 그리고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에 관한 소송을 골자로 하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논란은 이제 국내뿐이 아니라 월경무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행태로 인한 피해가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소규모 영세 유통업체들의 몫으로 남음에 따라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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