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아이고 뭘 이런걸 다 주노. 올 겨울도 거뜬히 날 수 있겠데이. 고맙데이.”
대구시 신암동에 홀로 사시는 박두성(81) 할아버지는 올 겨울 따뜻한 선물을 받았다. 쌀과 잡곡, 감자반 등 식재료와 샴푸, 치약 등이 가득한 선물꾸러미가 집 앞까지 배달된 것이다. 허리디스크로 청·장년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김기태(57)씨에게도 선물꾸러미가 도착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대구시청별관 대강당에는 선물꾸러미를 만드는 봉사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수성대학교와 계명문화대 등 대학생들부터 딸과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는 50대 주부까지 100여 명이 봉사에 동참해 생필품 꾸러기를 만들었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광역기부식품등지원센터와 지역 푸드뱅크·마켓 22곳에서 후원한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취약계층 ‘설맞이 나눔 행사’의 시범행사에 이어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날 대구상공회의소는 쌀과 참치캔 2200만원 상당을 기부, NH농협은행 대구본부는 잡곡 2㎏ 2000만원 상당을 지원했다. 이마트 희망배달 마차는 라면과 감자반 등 식재료 1400만원, 금산 삼계탕에서 삼계탕 2500만원, 대구광역기부식품등지원센터에서 6900만원 상당의 생활용품을 내놨다.
이번 행사는 지역 내 기업과 개인 등으로부터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기부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겨울철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사회 기부활동으로, 전국 시·도에서도 우수사례로 벤치마킹을 하는 등 생활밀착형 민간사회 안전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쌀과 잡곡, 라면, 삼계탕, 세제 등 15가지 품목으로 구성된 1억5000만원 상당의 물품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선물꾸러미를 만드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봉사자들은 각자 앞에 놓인 물품들을 상자에 채우고 옆으로 넘기면서 꾸러미를 만들어갔다. 주방세제와 치약 등 생활용품부터 라면, 부침가루 등 식품류로 가득 찬 ‘선물꾸러미’는 이날 지역 내 취약계층 1390가구의 주민에게 전달됐다.
특히 이상길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기부 참여 기업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홀로 외로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 1인 가구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청·장년 기초생활수급자 1인가구를 찾아가서 직접 꾸러미 전달하며 위로했다.
안희종(60) 대구광역푸드뱅크 센터장은 “봉사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사랑 가득한 ‘선물꾸러미’를 시작으로 앞으로 민과 관이 협력해 사각지대에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길 대구행정부시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이웃을 위해 기부해주신 기업 및 개인, 그리고 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기부식품 등 제공 사업 기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냄새나는 도시를 다 같이 만들자”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재경 부회장은 “대구는 나눔의 도시이다. 전국 시·도에서도 이런 기부문화를 벤치마킹하는 이러한 행사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동 시 복지정책관은 “대구 시민들이 커피 한잔 사 먹을 돈 아껴서 겨울에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이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1억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받았는데 앞으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종원(41) 이마트 칠성점 인사파트장은 “매번 희망배달마차 자원봉사를 통해 주변에 작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렇게 대구시 전체를 지원하는 뜻깊고 큰행사에 참여한 경우는 처음이다.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우리 이마트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는 광역기부식품등지원센터 1곳을 비롯해 기초푸드뱅크와 푸드마켓 22곳이 운영되고 있다. 기초푸드뱅크는 동구·수성구·달서구 각 3곳, 북구 2곳, 남구·중구 각 1곳 등 총 1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푸드마켓은 중구·북구·달서구 각 2곳, 남구·달서구 각 1곳 등 총 8곳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지역 내 식품관련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50억800만원 상당의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증받아 4만4475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의 기부문화 확산 및 민간 사회안전망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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