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정행은 구조조정본부장인 김영수를 날카롭게 쏘아보면서 물었다. 김영수는 키가 크고 선대 때부터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구조조정본부장에 임명된 사람이었다.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오성그룹 오너인 이정행의 가신이나 다를 바 없었다.
“지금 사람들을 보내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들의 목적을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김영수가 고개를 깊숙이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룹 회장실이었다. 60평에 가까운 넓은 사무실에 호화로운 고급 카펫이 깔려 있었고 이정행 회장은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들은 이야기도 없나? 루머 같은 것 말이야.”
김영수는 이정행의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하기가 곤란한가?”
“루머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카나미스에서 손을 떼라는 것입니다.”
“뭐라구? 우리가 5년 동안 죽어라고 노력해서 이제 흑자로 전환되었는데 그걸 달라는 거야? 강도 같은 놈들이 아니야?”
이정행이 화를 벌컥 냈다. 그러잖아도 큰 그의 눈이 더욱 튀어나와 있었다.
“그냥 루머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냥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매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본부장,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야? 이놈들이 우리 오성그룹을 통째로 먹어치우려는 수작이 아니야?”
“자기들은 경영을 개선하여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화시킨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흥! 말도 안 되는 수작이야.”
이정행은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묘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영수는 말을 할 듯 말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묘한 이야기가 뭐야?”
“영국이 카나미스 지분을 빼앗으려는 것은 영국 런던 증시에 카나미스를 상장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 오성이 목적이 아니라 런던 증시가 목적인 거야? 무슨 이익이 있지?”
“증시에 상장되면 막대한 달러가 영국에 유입됩니다.”
“누구에게 들은 거야?”
“이상희라는 여자입니다.”
이상희는 이정행도 알고 있는 여자였다. 이정행은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에서 그 여자를 몇 번 만난 일이 있었는데 비서실에서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보고서를 올린 일이 있었다. 오성그룹의 비서실은 한때 직원들이 250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회장인 이정행의 스케줄은 물론 일가를 관리하고 그룹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고 있었다. 이정행은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접근해 오는 이상희를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아유 나 죽겠어요.”
이상희의 스커트 안에 손을 넣어 부드러운 속살을 만지자 여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양평에서 골프를 치고 돌아오던 한적한 강가였다.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 사방은 이미 캄캄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여자는 저녁을 먹으면서 술에 취했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잠에 떨어졌다. 운전을 하면서 옆을 살피자 스커트가 위로 올라가 매끈한 허벅지가 뽀얗게 드러나 있었다. 김영수는 차를 세우고 여자를 애무했다. 골프를 칠 때나 저녁을 먹을 때나 여자는 내내 그에게 은밀한 눈빛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두면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짜고짜 여자의 허벅지를 애무했다. 여자가 저항을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여자는 오히려 입을 벌리고 가늘게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김영수는 그때부터 마음껏 여자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울 수 있을까. 비록 속옷 위로 만지는 속살이었으나 매끄러운 허벅지를 지나 삼각지를 더듬던 김영수는 숨이 턱 막혀왔다. 여자는 뜨거운 입김을 김영수의 귓전으로 마구 쏟아 부으면서 몸을 떨고 있었다. 여자가 새처럼 몸을 떨자 김영수는 더욱 흥분이 되었다.
“나 미칠 것 같아요. 어떻게 좀 해줘….”
여자가 김영수의 귓전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김영수는 여자의 팬티를 젖히고 삼각지의 은밀한 샘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
여자는 입을 잔뜩 벌린 채 신음을 토하고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여자의 샘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펄펄 끓고 있었다.
“이 여사님, 우리 어떻게 해요?”
김영수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여자가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나도 몰라요. 나 미칠 것 같아요.”
“이 여사님.”
“본부장님이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 본부장님 마음대로 해요.”
여자는 그러면서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엉덩이를 마구 흔들었다.
“이 여사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나도 못 참겠어요.”
김영수는 여자가 중간 중간 말을 하는 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방은 캄캄하게 어두웠고 여자의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울어댔다. 그러나 여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기야 이 상황에서 전화를 받을 여자가 아니었다. 여자가 자동차 시트를 뒤로 젖히고 김영수의 위로 올라왔다.
“본부장님, 너무 좋아요.”
여자는 섹스가 끝났을 때 김영수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안고 속삭였다. 그녀는 에드워드 바크스라는 외국인과 동거를 하고 있는 여자였다.
“나도 좋았소.”
김영수는 여자의 밍밍한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오성그룹이 요즘 이상한 것 같아요.”
자동차 안에서 깨끗하게 뒤처리까지 마친 이상희가 김영수에게 얼굴을 기대고 속삭였다. 김영수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뭐가 이상하오?”
“저랑 같이 사는 남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요.”
“그게 뭔데?”
“오성물산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요. 영국과 전화를 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니 대규모 투기자본이 개입한 것 같아요. 다른 데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 기업을 영국인들이 먹어치우려고 하니까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이상희의 말에 김영수는 바짝 긴장했다. 그러잖아도 외국인들이 오성물산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어서 그룹 회장 이정행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영국 자본이 오성을 먹어치우려고 한다는 말이오?”
김영수는 가슴이 철렁했다. 한국 최고의 그룹을 영국이 먹어치우려고 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