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께서 먼저 고르시지요.”
모텔로 올라오기 전, 김영택은 룸살롱에서 술과 안주를 주문한 뒤에 지배인이 아가씨를 데리고 들어오자 최민준에게 말했다.
“에이 고르기는 뭘 골라?”
최민준은 겉으로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눈으로는 일렬로 도열해 있는 아가씨들을 탐욕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아가씨들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얼굴도 예쁜 편이었다.
“맘에 드는 애를 고르세요. 어차피 이런 데는 다 그렇지 않습니까?”
“음, 그럼 두 번째.”
최민준이 못이기는 체하고 키가 작고 말라깽이에 가까운 아가씨를 골랐다. 아가씨가 고개를 까딱해 인사를 한 뒤에 최민준의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가장 오른쪽.”
김영택은 최민준의 파트너보다 못 생긴 아가씨를 골랐다. 접대하는 쪽의 아가씨가 접대 받는 쪽보다 예쁘면 비즈니스에 실패한다. 다만 김영택이 고른 여자는 어딘지 모르게 정희숙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김영택은 아가씨들이 옆에 앉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폭탄주를 돌렸다. 김영택의 파트너는 이름이 민희라고 했다. 물론 본명은 아니겠지만 하룻밤 섹스 파트너일 뿐이니 상관이 없다. 아가씨들은 폭탄주 몇 잔을 마신 뒤에야 착착 감겨왔다. 최민준의 파트너는 목에 매달려 키스를 하기도 하고 과일 조각을 입에 물고 최민준의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최민준은 흡족하여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김영택도 파트너와 함께 적당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가씨의 스커트 안에 손을 넣어 보드라운 속살도 만지고 가슴을 꺼내 키스를 하기도 했다. 룸살롱에서 점잔을 빼는 작자들은 열등인간이다. 10시가 조금 지나자 술자리가 끝났다. 술을 마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가씨를 상납하기 위한 자리였다. 웨이터가 앞장을 서고 아가씨가 최민준을 부축하여 모텔로 올라갔다. 김영택은 술값을 계산한 뒤에 아가씨와 함께 모텔로 올라온 것이다.
“샤워하세요.”
아가씨가 김영택의 옷을 받아서 벽에 걸면서 말했다. 김영택은 속옷까지 모두 벗은 뒤에 욕실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1층에서 6층이 모두 룸살롱, 안마시술소였고 7층부터는 모텔이다.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이 아가씨들과 함께 외부로 나가지 않고 섹스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다. 김영택은 콧노래를 부르며 찬물로 샤워를 했다. 여름철이라 물이 차갑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여자도 속옷 차림이 되어 있었다. 알몸으로 나오는 김영택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나이 때문에 배가 나오기는 했지만 물건 하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목욕탕에 들어갈 때는 일부러 빳빳하게 세워서 들어가 왜소한 놈들의 기를 죽인다. 여자는 일부러 그러는 듯 자신의 옷을 챙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김영택은 침대에 벌렁 누웠다. 샤워를 한 탓에 술이 어느 정도 깨는 것 같았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은 시원했다.
“방에 불을 끌게요.”
“그래.”
여자가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끈 뒤에 속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왔다. 김영택은 팔을 벌려 여자를 안았다. 여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나긋나긋하게 감겨 왔다. 불을 끄기는 했으나 도시의 수많은 불빛이 방안으로 흘러들어와 사물의 윤곽을 희미하게 드러내놓고 있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여자의 알몸이 형광 빛을 발했다. 여자는 입과 혀로 김영택의 가슴을 애무했다. 여자의 가슴 끝에 매달린 유두가 김영택의 복부를 간질였다. 때때로 젖무덤으로 가슴을 애무하기도 했다. 김영택의 몸이 서서히 더워져 왔다. 여자와 섹스를 할 때 가장 좋은 순간이다. 여자의 얼굴이 하체로 내려갔다. 김영택은 부르르 몸을 떠는 시늉을 했다.
“어때요? 좋아요?”
여자가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아주 좋아.”
김영택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여자는 5분쯤 서비스를 한 뒤에 장화를 신겼다. 김영택은 자신의 하체에 이물질이 씌워지는 것을 의식했다. 장화를 신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믿을 수 없는 것은 가을 날씨가 아니라 여자들의 성병이다. 김영택은 눈을 감은 채 여자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자가 신음소리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김영택은 여자의 신음소리가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전율과 같은 쾌감이 전신으로 번져 갔다.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가 들린 것은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김영택은 여자의 가슴에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저씨, 멋있었어요.”
여자가 김영택에게 키스를 하고 눈웃음을 쳤다.
“너도 나쁘지 않았어.”
김영택은 싱긋 웃으면서 여자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김영택이 집으로 돌아오자 새벽 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늦었네요. 술 많이 했어요?”
아내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김영택을 맞이했다.
“적당하게 마셨어. 아직 안 자고 있었어?”
김영택은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제 방에서 자고 있는지 조용했다.
“사람이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자요? 목욕했어요?”
양복을 받아서 장롱에 걸던 아내가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김영택은 아내의 질문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한두 번 바람을 피운 김영택이 아니었다.
“은행장하고 스쿼시 했어.”
스쿼시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끝나면 반드시 샤워를 해야한다. 그리고 실내운동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할 수 있다. 아내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김영택은 아내와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이구. 오늘이 곗돈 붓는 날인가?’
아내가 미적거리면서 속옷을 벗자 김영택은 깜짝 놀랐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