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가이드 진술 및 CCTV 영상 공개로 거짓말 드러나
- 예천군의원들 뒷짐진 채 구경만… 운전기사가 말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예천=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자유한국당) 의원이 해외 연수 도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당시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군민 의원이 해외 연수를 가서 술에 취해 폭행을 가하고 이후 논란이 일자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다가 제대로 덜미가 붙들렸다.
예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7박10일의 일정으로 미국 동부와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연수에는 군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이 참가했다.
문제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생했다. 12월23일 오후 6시께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전 버스에 탑승했다. 이때 박 의원은 버스 안에서 가이드에게 폭행을 가해 현지 경찰까지 출동하게 됐다. 이 사건은 최근 시민단체 활빈당으로부터 고발당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박종철 의원
그러나 피해 가이드는 한 언론을 통해 박 의원의 해명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사건 당시에 박 의원과 언쟁을 벌이기는 커녕 대화조자 한 적이 없었다. 박 의원은 버스 뒤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엇갈린 진술은 당시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버스 내부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박 의원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다.
영상에 따르면 버스 뒷자리에 누워있는 박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앞 좌석에 앉은 가이드에게 다가갔다. 이어 박 의원은 오른손 주먹으로 가이드의 얼굴을 가격했다. 갑작스런 폭행에 고통스러워하며 손을 얼굴로 감싼 가이드에게 박 의원은 재차 주먹을 날리며 팔을 비틀었다.
그러나 폭행당시 이형식 의장 등 동료의원들은 박 의원을 말리기는커녕 구경만 한 것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피해 가이드의 진술에서 당시 의원들이 소주 7병을 먹은 것도 드러났다.
피해 가이드는 당시 폭행으로 안경이 부서지고 안면 부위에 출혈이 발생해 전치 2~3주의 치료를 받게 됐다. 이같은 폭행건으로 911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군의원들은 합의를 시도했고 합의서를 받고서 가이드를 교체했다.
KBS뉴스 유튜브 캡처
이뿐만이 아니었다. 피해 가이드는 박 의원이 합의하자마자 태도를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기 전에 합의서 사인을 먼저 해 줬는데 합의서를 주머니에 넣자마자 막말을 하며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는 식으로 했다”고 했다. 피해 가이드에게 사과 한마디 건네지 않고 갑질을 한 박 의원의 고집대로 결국 가이드는 마지막날 교체됐다.
여기에 모 의원이 보도(여성접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 군의원들이 술에 취해 호텔복도에서 소란을 피워 항의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예천군의회 누리집 게시판에는 박 의원에 대한 처벌요구 및 청원들이 폭주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가이드에게 사건정황을 묻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연수를 다녀온 의원 8명과 사무국 직원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의 현지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그러나 국내의 진단서 개념과는 달라서 피해 사진 등을 근거로 국내 의료진의 소견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폭행치상’ 또는 ‘상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상해죄는 당사자 간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 4일 예천군의회 부의장직을 사퇴의사를 밝히고 한국당에 탈당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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