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이철영 부회장(왼쪽)과 박찬종 사장. 사진=현대해상
이철영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은 2013년 각자 대표로 취임해 2016년 3월 동반 연임에 성공하며 지난 6년간 손발을 맞춰 현대해상을 이끌어 왔다. 이 부회장은 경영총괄을, 박 사장은 경영지원 및 기업보험부문을 각각 맡아 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해상 대표를 맡은 후 3년간 5개 자회사 이사회 의장을 지내다가 2013년 대표로 복귀해 9년간 대표를 지낸 장수 CEO다.
그런데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엇갈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의 연임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손보업계가 각종 악재에 직면한 만큼 조직 안정을 위해 두 사람의 동반 연임을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연임 악재로 꼽히는 요인은 실적 악화와 고령의 나이다. 지난해 현대해상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15조 7466억 원으로 0.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755억 원으로 19.6%나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순이익 4000억 원 돌파, 2017년 46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거둔 점을 감안할 때 확연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실적 악화는 지난해 기록적인 한파와 폭염으로 악화된 손해율과 정비수가 인상 요인 등 손보업계 영업환경을 둘러싼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CEO들에게 실적 악화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부회장(1950년생)과 박 사장(1953년생)이 고령 CEO라는 점에서 세대교체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험업계 전반에 50대 CEO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연임할 경우 임기 중 70대를 맞게 되며 박 사장도 70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현대해상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1월 1일자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조용일 사장이 차기 CEO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 사장은 현재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이철영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의 거취에 따라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기업보험 전문가로 지난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돼 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을 총괄하고 있다. 조 사장의 승진으로 현대해상은 정몽윤 회장 밑으로 부회장 한 명, 사장만 두 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CEO 인사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사진=박은숙 기자
손보업계를 둘러싼 위기와 경영 연속성을 감안해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이 동반 연임이나 둘 중 한 사람만 연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보업계에선 2022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로 인한 혼동의 시기와 업계를 둘러싼 업황 악화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연임 여부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정몽윤 회장이 이번 인사와 관련해 어떠한 그림을 그려놨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 회장은 그간 CEO 인사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기용해 내실을 다진다’는데 방점을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CEO 인사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든 현대해상은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은 2007년부터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하종선 대표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청탁을 받고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에게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 빈자리에 이철영, 서태장 각자 대표체제가 구성된 이후 현재의 이철영, 박찬종 각자 대표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현대해상 관계자는 “차기 경영진 인선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이사회에서 경영진 인선과 관련해 논의하고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는데 당장 이번 주인 이달 22일까지 이사회 일정이 잡혀 있지 않고 추후 이사회 일정도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