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이 최종 승인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 대우조선과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서류조차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물론 해외 경쟁당국에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왜 그렇게 기업결합을 서두르는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
산업은행은 지난 2월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이 밝히는 물적 분할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으로 바뀌고 비상장 100%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신설법인)’이 신설된다. 존속법인은 신설법인과 대우조선 등 사업 회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와 연구·개발(R&D)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현대중공업 대다수 노동자는 신설법인 소속으로 전환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본계약 내용에 물적 분할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반적인 기업결합과 달리 신설법인과 존속법인으로 구분하는 물적 분할 절차를 완료한 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해외 경쟁당국에도 적극 설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기업결합 심사 신청도 하기 전에 물적 분할부터 서두르는 것은 결국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부사장으로 승계를 위한 지분확대가 법인분할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을 면담한 결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인수 심사가 진행되기 전에 물적 분할을 추진해 달라는 의견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물적 분할로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 여부도 이번 물적 분할의 관건이다. 현대중공업은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을 바라고 있고 현대중공업 노조와 울산시민들은 울산 존치로 엇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고용보장부터 근로조건 등을 유지할 계획이다. 노조는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울산시 쪽은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조선해양은 R&D 역할을 하게 돼 서울에 본사를 둘 계획이다. 대부분 대기업의 R&D 본부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정당들과 노동계는 한국조선해양의 서울 이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당들은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울산 동구 지역민은 물론 120만 울산시민 이름으로 결사적으로 반대함을 밝힌”며 “현대중공업, 협력사 근로자, 우리 지역민 노력, 그리고 현대중공업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한국노총 울산본부 등을 구성된 대책위는 “주총이 열리면 8.9%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분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행사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주총을 강행하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막겠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