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영덕 고속도로 장안면 봉비리 앞 교량 전경. 남윤모 기자
[일요신문] 2007년 개통한 청주-영덕고속도로의 교량에 균열이 발생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최근 이곳의 난간을 지탱하는 교대 부분의 옹벽에 균열이 간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 한국도로공사가 긴급 보수에 나섰지만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균열은 주로 하천을 지나는 교량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도공도 이를 인지해 그동안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균열 부분을 지지대로 지탱하고 보강공사를 해 왔다. 다리 건설 시 기존 도로와 교대 부근을 터파기한 곳을 되메우기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치는 것을 ‘어프로치 슬래브(approach slab)’라고 하는데, 도공은 교대와 도로의 처짐·침하를 막기 위해 교대의 연결 부분에 콘크리트로 어프로치 슬래브 공법을 많이 시공한다고 밝혔다.
청주-상주간 고속도로 보은군 장안면 봉비리 마을 앞 임시로 옹벽을 철지지대로 보수한 교량. 남윤모 기자
그러나 연결 부분인 하부 옹벽이 튀어나오고 상부 난간에 금이 가 시멘트로 땜질한 것은 이미 옹벽 내부의 토사 유실로 공동(空洞) 등 문제가 생겨 하중을 많이 받는 곳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크랙 및 균열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정확한 복구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본지가 충북 구간이 시작되는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부터 속리산IC까지 1차 전수 조사한 결과, 장안면 불목리 마을 앞 통로 구간에서도 상·하행선 구분 없이 20㎝ 정도 균열이 목격됐다. 가장 심한 곳은 봉비리 마을 앞 삼가천 위 교량으로, 11m 높이로 쌓아올려진 옹벽이 배부름 현상과 함께 깨지고 금이 가 교량과 접합 부분이 30㎝ 이상 벌어져 골재 이탈 조짐을 보였다.
30㎝ 이상 튀어나온 옹벽 상부 다리 난간 부분에 금이 가 시멘트로 땜질해 임시 처방했다. 남윤모 기자
농사를 위해 봉비리 마을 앞 고속도로 다리 밑으로 통행하는 주민 K 씨는 “처음에는 균열이 간 것조차 몰랐는데 어느 순간 손바닥만큼 틈이 벌어져 있었다”며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고 균열은 점점 커지니 불안감이 들어 통행 시 먼저 옹벽을 보게 된다.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일부 교량과 접한 부분에 시공한 보강토 옹벽이 높이 쌓아올려진 데 더해 통행 차량의 지속적인 하중을 받아 금이 가고 여기로 물이 스며들어 모래 등 고운 입자가 먼저 빠져나가 균열이 심해졌을 것”이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표층 다짐재인 자갈이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붕괴돼 고속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은군 장안면 봉비리 교대와 도로 하부 보강토 옹벽이 배부름 현상과 함께 30㎝ 이상이 벌어져 있다. 남윤모 기자
이 전문가는 “제한속도 110㎞인 청주-영덕고속도로는 차량이 고속으로 달려 작은 틈 하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고 뒤따르는 차량들이 연쇄적인 작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싱크홀 발생 시 달리던 차량은 하천 추락, 중앙선 침범, 연쇄추돌 등 사고 위험이 크다”며 “마로면 적암리 마을 앞 교량이 높이도 봉비리보다 높고 수직인데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옹벽 부분을 넓게 라운드 처리해 토압과 통행차량의 하중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킨 공법 때문으로 보여 균열 현상이 나타난 다른 곳에 보강공사 시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균열 현장을 점검한 도공 보은지사 직원들은 “점검 내용을 보고하고 빠른 시간 안에 안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보강 내지 공사 방법을 결정 시행하겠다”며 “보강토 옹벽의 경우 약 1m 간격으로 보강토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그리드가 들어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점검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전 구간 정확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임시처방으로 옹벽을 보수한 보은군 장안면 봉비리 삼가천 교량 전경. 남윤모 기자
한편 청주-영덕고속도로 보은군 회인IC는 지난 4월 28일에 이어 5월 5일에도 인근 사면에서 약 260㎥의 흙과 돌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 한때 청주방향 10.8㎞ 구간에서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보은=남윤모 기자 ilyo08@ilyo.co.kr